호수같이 잔잔해지기를
잔잔하다.
한없이 잔잔하다.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다.
바람이 분다.
마음에 두려움이 인다.
폭풍처럼 문제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잔잔하자.
흘려보내며 잔잔하자.
흔들림 속에서도 잔잔하자.
이 시를 쓰고,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는 중에도 주문처럼 ‘잔잔하다.’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뜨겁게 가열된 머리는 순간의 감정에 의해 상처를 주는 말도, 아무런 배려 없는 말도 쉽게 하도록 하니까요. 심지어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되면, 더욱 심하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남을 공격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 잔잔해진 머릿속에서는 아까의 일과 실수를 후회하며 인생을 허비하게 됩니다. 제 삶에서 어쩌면 지금이 가장 위기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앞에서 말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잔잔하자.’를 반복합니다.
사실 마음의 평화는 단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라는 이제는 지나간 전설적인 이야기이겠지만, 수업을 충실히 듣고, 복습을 충분히 하고, 문제를 많이 풀어 자기 것으로 확실히 만들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일 테니까요.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은 수업은 대충 듣고, 복습은 하지 않으며 대충 몇 문제를 풀어보고 다 알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럼, 마음의 평화에 이르는 단순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남과의 비교를 내려놓고, 과도한 욕망이 아닌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목표를 따르며,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헌신한다. 그렇게 살아야지 결심하면서도 저도 못하는 것들입니다. 또, 질병과 같은 외부의 커다란 문제 속에서도 평안을 유지하기란 쉽지는 않을 것도 잘 압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는 저도, 당신도 툭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팽팽하게 긴장되어 문제만을 집중하는 시간을 잠시 멈추고, ‘잔잔하자.’라고 반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잔잔해진 마음은 우리에게 새 힘을 줄 거라 믿습니다.
호수를, 작은 연못을 떠올리며 이 시를 적었습니다. 오리 가족이 유유히 헤엄치고, 고즈넉한 정자나 단출한 벤치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흘러가는 물과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수면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내 잠잠해집니다. 억지로 힘을 내서 잔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잠잠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호수의 상태는 원래 잔잔한, 평안한 것이고, 바람은 일시적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명량해전의 울둘목같이 늘 소용돌이치는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내면의 마음도 다 다르니, 어떤 이의 마음은 그런 커다란 바다에, 소용돌이치는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잔잔해지라고 했을 때, 당신의 마음이 잔잔해질 것을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이 다스릴 수 있으니까요. 제 마음의 작은 연못이 잔잔해지는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나른함을 가져다줍니다. 현신의 문제가 여전함에도 주위의 더 좋은 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가족과 친구와, 그저 내 앞에 있는 커피 한 잔을 말이죠. 그렇게 잔잔해지면 다시금 문제와 욕망을 바라보고 움직이게 됩니다. 그 덕에 이 위기 가운데 살아서 행복을 느끼는 거라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에도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삶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신 옆에서 당신을 응원하는 모든 것들을 바라보기 위해, 당신의 마음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곁에 있는 어떤 것도 다 당신을 위해 준비되어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이, 작은 시 한 편이 당신의 삶을 충만하게 채우는 상상을 합니다. 그렇게 당신의 평화를 간절히 응원합니다.
‘툭하고 내려놓기를. 그렇게 평화의 노래가 가득한 하루가 되기를.’
- 세상 가장 귀한 당신의 손에 강유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