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향기가 문학과 예술에 흐를 때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논어를 읽었는데 지금까지도 공자와 제자들이 진실, 정의, 미래, 위정 등 관한 대화를 나누던 그때의 감흥이 남아있어요. 마침 술과 문학에 관련된 자료 수집을 하다가 "논어" 이야기가 나와서 자신 있게 더 탐구를 했어요. 참고로 Copilot으로부터 얻은 논어에 나오는 "군자"와 "불급란"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먼저 설명드릴게요.
군자(君子)의 의미
《논어》에서 군자는 단순한 귀족이나 지배층을 뜻하지 않습니다. 공자가 말한 군자는 도덕적 이상인 인간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도덕적 수양: 군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닦아 성인(聖人)에 가까워지려는 존재
인(仁)과 의(義): 군자는 인(仁)을 떠나지 않고, 의(義)를 기준으로 행동함
예(禮)와 조화: 군자는 예를 지키며, 화합하되 무분별하게 동조하지 않음(화이부동, 和而不同)
소인(小人)과 대비: 군자는 덕을 추구하지만, 소인은 이익만을 추구함
포괄적 인격: 군자는 특정 기능만 가진 ‘그릇(器)’이 아니라, 학식과 덕망을 두루 갖춘 인격체
不及亂(불급란)의 해석
不(아니 불): 하지 않는다, 금지.
及(미칠 급): ~에 이르다, 도달하다.
亂(어지러울 란): 질서가 무너진 상태, 이성을 잃은 혼란. 따라서 不及亂은 “혼란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술을 마시더라도 예의와 절제를 지켜 이성을 잃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논어 속 위치
이 구절은 논어》 향당편(鄕黨篇)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향당편은 공자의 생활 태도와 예절을 다룬 부분으로, 공자가 술을 대하는 태도 역시 절제와 예의의 맥락에서 설명됩니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성인 공자(孔子, 기원전 551~479)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사상이 집약된 《논어(論語)》는 동아시아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경전으로, 2500여 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지침이 되어왔다. 흥미롭게도 이 위대한 성인은 술을 완전히 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술은 마시되 취하지 말라(飮酒不及亂)"는 명제를 통해 절제와 예의의 음주문화를 제시했다.
공자의 음주관은 단순한 개인적 취향을 넘어서 유교적 세계관의 핵심인 '예(禮)'와 '중용(中庸)'의 철학을 담고 있다. 그에게 술은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예의를 실천하는 매개체였지만, 동시에 인간의 이성과 도덕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중성에 대한 공자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를 제공한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중국 역사상 정치적으로는 혼란했지만 문화적으로는 매우 풍성했던 시기였다. 이 시대의 술은 주로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탁주 형태였으며, 제례와 연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주례(酒禮)'라는 독특한 문화가 발달했는데, 이는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의례적 성격을 띠었음을 의미한다.
당시 중국 사회에서 술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었다. 조상에게 바치는 제사에서 술은 필수적인 공물이었고, 손님을 맞이하는 예의에서도 술은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또한 정치적 회합이나 외교적 만남에서도 술은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공자의 음주관을 이해해야 한다.
시경(詩經)》에는 "술로써 손님을 대접하고, 술로써 어른을 공경한다"는 구절이 있듯이, 술은 사회적 예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도 존재했다. 《서경(書經)》에는 은나라가 멸망한 원인 중 하나로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향락을 지적하고 있어, 술의 양면성에 대한 인식이 이미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주지(酒池): 술이 가득한 연못
육림(肉林): 고기가 가득한 숲
이 표현은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의미합니다. 즉, 술과 고기가 넘쳐나는 풍경을 통해 쾌락과 향락에 빠진 상태를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생활은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어》에서 술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구절은 향당편(鄕黨篇)의 "飮酒不及亂(음주불급란)"이다. 이는 "술은 마시되 취해서 어지러워지는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말라"는 의미로, 공자의 음주철학을 가장 간명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여기서 '란(亂)'은 단순히 취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잃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또한 같은 편에서 공자는 "沽酒市脯不食(고 주시포불식)"이라 하여, "시장에서 사 온 술과 포(脯)는 먹지 않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공자가 술의 품질과 출처를 중시했음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술의 제조 과정에서 위생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었고, 공자는 이를 경계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주(沽酒): 술을 사는 것
시포(市脯): 육포를 파는 것
불식(不食): 먹지 않다
이 표현은 술을 사고 육포를 사지만, 실제로는 먹지 않는다는 의미로, 주로 소비의 허무함이나 의미 없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즉, 어떤 것을 사거나 소비하는 행위가 실질적인 만족이나 가치가 없음을 강조합니다.
팔일편(八佾篇)에서는 제사에서의 술 사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祭如在(제여재)"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공자는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이 실제로 그 자리에 계신 것처럼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보았고, 이때 술은 신성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했다.
공자의 음주관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절제(節制)'이다. 이는 유교 사상의 핵심인 중용(中庸) 사상과 직결된다. 중용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상태를 의미하며, 음주에 있어서도 이 원리가 적용된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도, 과도하게 마시는 것도 모두 중용에서 벗어난 것으로 본 것이다.
두 번째 원리는 '예의(禮儀)'이다. 공자에게 술은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예의를 실천하는 도구였다. 손님을 맞이할 때, 어른을 공경할 때, 동료와 교류할 때 술은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체였다. 하지만 이러한 술자리에서도 반드시 예의를 지켜야 했다. 술에 취해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말실수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었다.
세 번째 원리는 '시의적절함(時宜適切)'이다. 공자는 모든 행동에는 적절한 때와 장소가 있다고 보았다. 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사나 연회 같은 적절한 상황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오히려 예의에 맞았지만, 업무 중이나 학문을 논할 때는 술을 삼가야 했다.
네 번째 원리는 '자기 수양(自己修養)'이다. 공자는 군자(君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술은 이러한 수양에 방해가 될 수도,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적절히 마시면 긴장을 풀고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게 마시면 이성을 잃고 수양에 해가 된다.
공자의 "음주불급란(飮酒不及亂)"은 단순한 음주 지침을 넘어서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다. 여기서 '란(亂)'은 질서의 파괴, 이성의 상실, 도덕적 타락을 의미한다. 즉, 술을 마시더라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말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며, 도덕적 기준을 유지하라는 뜻이다.
저는 '란(亂)'을 술에 취해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몸은 좌충우돌하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현대 사회에서 이 원리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알코올 중독, 음주운전, 폭력 등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자의 절제 정신은 여전히 유효한 해답을 제시한다. 술을 완전히 금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선을 지키며 마시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는 것이다.
또한 현대의 직장 문화에서도 이 원리는 중요하다. 회식이나 접대 문화에서 술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도한 음주 강요나 술자리에서의 무례한 행동은 점점 용납되지 않고 있다. 공자의 예의 중심적 음주관은 건전한 음주 문화를 만드는 데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공자의 음주관은 중국을 넘어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전체의 음주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전통적인 술자리 예절인 '잔 돌리기', '두 손으로 받기', '어른께 등을 돌리고 마시기' 등은 모두 유교적 예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의 사케 문화에서도 공자의 영향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술자리에서는 자신의 잔에 직접 술을 따르지 않고 서로 따라주는 문화가 있는데, 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관의 반영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공자의 음주관이 더욱 체계화되고 정교해졌다. 《주례(酒禮)》나 《사례편람(四禮便覽)》 같은 예서들에는 술과 관련된 세밀한 예법들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모두 공자의 기본 원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공자의 음주관은 2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를 제공한다. 그의 "술은 마시되 취하지 말라"는 원칙은 단순한 음주 지침이 아니라, 절제와 예의, 중용과 조화를 추구하는 인생철학의 구현이다.
현대 사회에서 술로 인한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자의 예의 중심적 음주관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술을 무조건 금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절제와 예의를 통해 술의 긍정적 기능을 살리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는 것이다.
공자가 제시한 유교적 음주 예절은 개인의 수양뿐만 아니라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술자리 문화는 건전한 사회관계의 형성에 도움이 된다. 이는 공자가 추구했던 '예치(禮治)' 사회, 즉 예의와 도덕으로 다스려지는 사회의 이상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공자의 예의 술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계속 이어져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의 지혜를 통해 우리는 술과 인간, 개인과 사회, 절제와 자유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