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조금은 덜 아픈 밤이길 바라는 마음

다 괜찮다는 말이 제일 아팠다. - 힐링 에세이

by 봄볕


1년 전, 막내 작은아버지의 둘째 딸이 결혼식을 올렸다.


"S가 예민하고 화를 내면 무조건 맛있는 걸 먹여라.

배고프면 예민해지고, 화도 많아진다.

밥 한 끼 잘 먹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풀릴 거다."


그날, 주례를 맡은 막내 아버지의 말에 모두가 웃었지만

나는 그 말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사람은 의외로 단순하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진다.

말라가는 화분에 물 한 컵만 부어도

쳐진 잎들이 다시 숨을 고르듯,

속이 든든해야 마음도 숨을 쉰다.


그 바탕엔 체력도 있다.

천천히 방전되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리 눌러도 켜지지 않는 몸이 된다.

그리고 그 뒤엔,

한참 전에 멈춰 선 마음이 있다.

처음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문득,

뒤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온다.

한참을 놓고 달려온 마음이

어디쯤 멈춰 있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나도 그랬다.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부드럽게 웃으며 하루를 시작했지만

어느 날은 하루가 길어진 만큼 낯설어진 나를 마주했다.


집안일, 학원 일, 온라인 카페 관리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일들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예민하고, 까칠한 내가 남았다.


잔소리가 늘고, 말끝이 거칠어질 때면

누군가 어김없이 물었다.

"나한테 화났어?"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 때문이 아니야, 힘들고 졸려서 그래."

그렇게 넘기고 침대에 누우면 괜스레 서러워 눈물이 났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마음에 허기가 찾아오는 날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겉이 멀쩡하단 이유로 나조차 속고 지나칠 때가 많다.

그러다 어느 날,

씽크홀처럼 푹 꺼져버리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얼마나 오래 허기져 있었는지.


오늘 밤, 나는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지금, 뭐가 고픈거야?"


그렇게 조용히 마음의 허기를 들여다보면

세상도 조금 덜 차갑게 느껴진다.


조금은 덜 아픈 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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