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달빛으로 고등어를 굽는 사람들

다 괜찮다는 말이 제일 아팠다. _ 힐링 에세이

by 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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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둑한 밤, 조수석 창 너머 대로변 외곽에 낯선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달빛에 구운 고등어.'

어스름한 저녁과 맞물려 그 이름이 묘하게 마음을 끌었다.

달빛에 구운 고등어라니.

이름 하나에도 주인의 마음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하니,

괜스레 가게 안이 궁금해졌다.

"이름 진짜 잘 지었네. 감성적이다."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순간, 차 뒷자리에서 첫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달은 차가운데, 어떻게 고등어를 구워?"

단번에 현실을 짚어낸 아이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게, 달빛으론 고등어를 못 굽지."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사람들은 같은 것을 바라보면서도 각자 다른 풍경을 안고 산다.

요즘엔 이런 차이를 두고 MBTI 이야기를 한다.

"너는 F구나. 너는 T구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성향을 점찍어 분류하고,

심지어 그 틀 안에서 관계의 거리를 가늠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엔 좀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 같아서,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


나 자신만 돌아봐도 그랬다.

어떤 날은 세상의 모든 감정이 나를 휘감고,

어떤 날은 냉정하게 선을 긋고 거리를 쟀다.

나는 늘 같은 사람이었지만, 또 전혀 다른 사람이기도 했다.

사람이란 결국, 달빛으로도 고등어를 구워낼 수 있다고 믿는 믿음과

달빛으론 고등어를 구울 수 없다고 말하는 이성,

이 두 마음 모두를 품고 사는 존재가 아닐까.


한 사람 안에는 크고 작은 강이 흐른다.

어떤 날은 조용히 흘러가고,

어떤 날은 모든 것을 휩쓸 듯 거세게 뒤집히기도 한다.

그렇게 흐르고 뒤집히는 시간이 쌓여,

비로소 각자의 삶이란 강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그 간판을 떠올린다.

달빛의 구운 고등어.

그 이름처럼, 사람들도 저마다의 밤을 지나며 고등어를 굽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마음으로, 누군가는 이성으로.

그리고 모두, 결국 정답 같은 건 없다는 걸 안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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