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마음의 아픔을 견디고 있나요.

다 괜찮다는 말이 가장 아팠다._ 힐링에세이 by. 봄볕

by 봄볕

나의 학창 시절은 평범하지 못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일진 여자아이와 짝이 된 날 벌어졌다.

나는 그 애와 제대로 말을 나눠본 적도 없었다.

같은 반이었지만,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말 섞을 일도 없었다.

그런데 짝이 된 당일, 그 애가 내게 말을 걸었다.


"네 눈, OOO 닮았어."

한창 인기 많던 연예인의 이름이었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고,

수업을 듣자며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내 무심한 손사래와 당황한 말투가 그 애에게 불편함을 줬을까.

그날 이후, 이상한 소문이 학교에 퍼졌다.

내가 내 입으로 특정 연예인을 닮았다며 떠벌리고 다닌다는 소문이었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터무니없었지만,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었다.


억울했다.

아니라고 했지만 친한 친구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늘 자극적인 이야기만 좇았다.

소문은 시치미처럼 엮여 떼어지지 않았고, 나는 어느새 그들의 놀잇감이 되어 있었다.

교실에서도, 집으로 가는 길에도 늘 불안에 떨었다.

그 무리와 마주칠까 봐 자동차 뒤에 숨어 걷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말이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나는 점점 고립됐다.

나를 믿어주던 친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채워줄 수 없는 고통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결국 학교를 자주 빠지게 됐고,

학교 밖에서 만난 또 다른 친구들과 어울렸다.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마음을 쏟았다.

그렇게 나는 그 시간을 견뎠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그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성인이 된 지금도 또래 무리를 마주치면

이유 없는 두려움과 슬픔이 공존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사랑할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갔다.

그렇게 시절마다 찾아온 사랑하는 것들에 마음을 쏟았다.


어느 날, 친구에게 내가 겪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친구는 조용히 말했다.

"넌 강했네. 스스로를 지키려고 애썼잖아."

나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내 과거를 깊이 들여다봤다.

'나를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구나.'

큰 위로가 됐다.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며

내 곁에 남은 친구들을 깊이 사랑했다.

때로는 용기를 내어 비슷한 취미를 가진 새로운 인연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냥 살아낸 것이 아니라

내가 내게 건넨 말들 덕분에 살아온 것이다.

상처의 뼈대 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쏟아부으며

다듬고, 조각하며, 결국 나를 만들어 냈다.


살다 보면 원치 않는 고통이 쏟아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선택을 해야 한다.

삼켜질 것인가, 헤쳐 나올 것인가.

선택은 늘 쉽지 않다.

헤쳐 나오는 길은 늘 외롭고 더딘 데다, 때로는 쓰라린 발자국을 남긴다.

견디는 동안엔 끝없이 흔들리고,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어진다.

하지만 안다.

버티는 동안에도 아주 조금씩,

나는 내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상처를 어루만지며,

결국 내 편이 되기로 마음먹고 있다는 걸.

그리고 또 한 가지,

말 한마디가 사람을 무너뜨릴 수도,

살려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아픈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큰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 흉터는 어느 날 불현듯 다시 찾아온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나를 위해 살아간다.

나를 괴롭혔던 타인에게 내 인생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

그들의 삶에 내가 없었듯,

나 또한 그들에게 내 삶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서.


흉터는 남아도,

굳이 정성을 들여 아파할 이유는 없다.

그들을 그렇게까지 정성 들여 내 안에 둘 필요가 없다.


결국 가장 끝까지 지켜야 할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


그러니 부디,

아픔을 견디고 있을 당신이라면

당신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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