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세이
장범준의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향기를 지니고 산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는 고유한 향기가 있다.
어떤 사람은 햇살처럼 따스한 향기로 기억되고,
어떤 사람은 소나기처럼 쓸쓸한 향기로 남는다.
조심스레 건넨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깊은 위로가 되고,
무심코 던진 말 한 줄이
누군가의 마음엔 오래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나는 한때, 내 말은 꽤 신중하다고 믿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말은 충분히 걸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커뮤니티에 걱정 어린 글이 올라왔고,
그 곳에 나 역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댓글을 남긴 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 뒤,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모욕죄로 신고가 접수됐다는 내용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내가 쓴 댓글을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걱정하는 마음이었고, 욕설이나 비난의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조사실에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억울한 마음뿐이었다.
결국 조사 결과는 '혐의없음'으로 마무리 됐고, 사건은 그렇게 끝이났다.
하지만 그 일을 겪고 난 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의도가 아무리 선해도 상대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걱정이라고 믿었던 말이 누군가에겐 충분히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고 나서 조심스러워진 건 바로 이런 순간들이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말의 향기가 엇갈릴 때가 있고,
때로는 나조차 몰랐던 내 마음의 흔적이 다른 이에게 닿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는 생각보다 말을 쉽게 꺼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마음 속에서 수없이
말을 굴리고 또 굴렸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까,
그런 생각이 들만큼 말은 점점 더 조심스럽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좋은 향기로 남고 싶다.
내가 건넨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살며시 감싸주는
은은한 향기로 남고 싶다.
스치 듯 지나가는 어느 날, 바람처럼 닿은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얼굴에 작은 미소를 띄우길 바란다.
완벽한 향기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 곁에도 그런 사람들이 오래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혹여 내가 실수로 불쾌한 향기를 남겼더라도,
그 향기를 통해 다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말에 조금 더 따뜻한 향기를 불어넣으며
서로에게 좋은 향기로 남는 세상을 살고 싶다.
나는 오늘도 조심스레 생각한다.
내가 꺼내는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몽글몽글한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포근하게 물들일 수 있을까?
말은,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향기처럼 오래도록 곁에 머무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