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달콤하거나, 씁쓸하거나

힐링에세이

by 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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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딘가 텁텁한 그 냄새가 영 입에 맞지 않아서였다.

칼국수는 젓가락조차 들기 싫었고,

소고기 특유의 냄새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팥죽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종종 말했다.

"나이 들면 너도 입맛이 바뀔 거야."

그러고는 큰 이모와 마주 앉아 나를 놀리듯 팥죽을 나눠 먹곤 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어른이 된다고 해서, 싫어하던 음식을 먹게 될 리는 없지.'


그런 나도 마흔이 넘어 팥죽을 찾아 먹는다.

새알이 동동 떠있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팥죽 한 그릇을 먹으면

속도 따뜻해지고, 기운 없던 몸에 은근히 힘이 도는 것 같다.


한 때 그렇게 좋아하던 양식은

이제 굳이 찾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멀어져 갔다.


인생도 그렇다.

싫었던 사람이 좋아지기도 하고,

좋았던 사람이 멀어지기도 한다.

지금도 억지로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과는

속이 편할 리 없고,

억지로 웃어야 하는 자리는 여전히 낯설다.

살아가다 보면,

이렇듯 모든 내 입맛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리에 묵묵히 앉아 있어야 할 때도 있고,

속으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입에 맞지 않는 음식 한 숟갈을 삼켜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억지로 삼킨 음식이

어느 날은, 문득 괜찮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하나, 둘 입맛이 넓어지듯

내 마음도 그렇게 조금씩 넓어지는 걸까.


어릴 적 멀리 했던 음식이

익숙한 한 끼가 되는 것처럼,

인생도 물처럼 흘러가며 변한다.


좋은 날엔 달콤한 맛으로,

속상한 날엔 씁쓸한 맛으로,

별일 없는 날엔 담담한 맛으로

그렇게 흐르듯,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입맛이 변하는 것처럼 인생도 내 뜻대로 골라 담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스며든 인연이 내 안의 새로운 맛이 되기도 한다.


억지로 삼켰던 음식이 어느 날은 그리워지듯,

결국, 모든 건

천천히 내게 길들여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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