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때론 귀를 막아야 더 잘 들리는 것들이 있다.

힐링에세이

by 봄볕



나는 늘 귀를 열고 살았다.

사람들의 말에 예민했고,

작은 말에도 쉽게 휘청였다.

어릴 적엔

누군가 내게 건네는 말이

곧 진실인 줄 믿고 살았다.


친구가"그건 이상해."라고 말하면

정말 이상한 줄 알았고,

선생님이 "그건 네 잘못이야."라고 말하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삼키고, 눈치를 보았다.


말은 스치듯 지나가도,

그 자국은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듣고, 믿고, 받아들이는 게

괜찮은 사람의 방식인 줄 알았다.



한겨울, 열이 나는 아이를

양말도 신기지 못한 채 안고 병원으로 뛰던 길.

신호등 앞, 어느 할머니가 말했다.

"엄마는 따뜻하게 입어놓고, 얘는 양말도 안 신겼네."

혀를 차는 그 한마디에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열이 내리기를 기다리며

처음으로

내가 나쁜 엄마처럼 느껴졌다.


어떤 날은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넌 왜 그렇게 참아? 그러다 너만 손해야."

그 말이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그 말 하나에,

한동안 내 자신이

미련하게 느껴졌다.


내가 좋아서 고른 자개 핸드폰 케이스.

반짝이는 무늬를 볼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지만,

사람들은 말했다.

"좀 과한 거 아니야?"

"할머니 스타일 같아."

그 말에

나는 핸드폰을 꺼내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좋아서 고른 물건이

어느새 부끄러움이 되었다.


그때 나는

너무 많은 소리를 듣고 있었다.

누군가의 잣대,

누군가의 기준,

누군가의 목소리로

내 삶을 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듣다

배터리가 나가 음악이 멈춘 적이 있었다.

사방이 고요해진 순간,

지나가는 발소리 위로

나의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나대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는 걸.


세상의 말들이 귀를 덮자

비로소 들린,

내 안에 머물던 다정한 목소리.


그건 참 조용하고도 분명해서

나는 그제야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가끔은 귀를 막아야

가장 선명한 소리가 들린다.

내 안에 오래 머물던 말.


"괜찮아, 그러니 너답게."


그 말 앞에서

나는 비로서 진짜 나로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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