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의심하지 않는 순간,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힐링에세이

by 봄볕


7월,

장마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살인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아스팔트 위로는 뜨거운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지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온몸에 더위를 안은 채 작은 공부방으로 하나둘 들어섰다.


티셔츠는 흠뻑 젖어 있었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맺힌 땀이 흘러내렸다.

나는 아이들의 목덜미와 팔에 맺힌 땀을 조심스레 닦아주며,

냉장고 가득 채워 두었던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평범한 오후였다.

얼음처럼 차가운 단맛이 아이들 입 안에 퍼질 즈음,

한 아이가 불쑥 내게 물었다.

"선생님, 글 쓰세요?"

훅 들어온 그 짧은 질문에 나는 한동안 망설였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정리되지 않은 생각 속에서 말끝을 흐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이가 툭 말을 던졌다.

"야, 선생님 시인이잖아!"

마치 원래 그런 사람인 양,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거짓말을 방관한 것 같은 기분에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이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고,

나는 숨을 고르는 척하며 수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저녁에도,

잠자리에 누운 늦은 밤에도,

그 말은 오래도록 내 안에 울림으로 남았다.

"시인이잖아."

그 짧은 한 문장이 자꾸만 나를 흔들었다.

'내가? 감히 내가 시인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나는 오래전부터 시를 써왔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사람들 사이의 말과 말 사이,

내 안에서 미처 꺼내지 못한 감정과 기억들을

천천히 한 줄로 끄집어내는 일을 했다.


때로는 아주 조용한 고백을,

때로는 너무 아파서 말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시로 썼다.


처음엔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는 내 시를 읽는 누군가에게

작은 쉼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변했다.


사람들 곁에 그림자처럼 조용히 머물다

문득 마음에 스며드는, 그런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므로 나는, 명백히 말하면 시를 쓰는 사람이 맞았다.


시를 통해 나를 붙잡고, 이해하고,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


누군가의 마음에도 나처럼 위로가 되어 닿기를 바라며

오늘도 써 내려가는 시들.

그렇다면 나도 시인이 맞지 않을까.

굳이 출판 이력이 없어도,

어떤 문단에 속해 있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시인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직업으로서는 아니더라도 내 삶의 중심에 시가 있으니, 그 아이의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 의심하느라 끝내 닿지 못했던 이름,

'시인.'


"내가 감히?"라는 생각으로 내 안의 가능성을 가둬둔 오랜 시간, 제자의 짧은 한마디가 모래성처럼 나의 의심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망설이지 말라고,

물러서지 말라고,

그 아이는 조용히 나에게 용기를 전했다.


나는 지금도 시를 쓴다.

누가 봐주든,

봐주지 않든.


잘 쓰든,

부족하든,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내 시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그러므로, 나는 시인이다.


즐거워서,

행복해서,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화가이듯,


누군가의 허락 없이도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마음을 다해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작가이고, 분명 시인이다.


지금 당신이 그렇듯,

삶을 의심하지 않는 모든 순간 우리는 곧 시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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