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세이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 거라고.
그렇다고 더 나빠지지도 않을 거라고.
그 말이 처음엔 꽤 낯설게 들렸다.
늘 뭔가를 기대하며 살아왔던 내게는
변하지 않는다는 건, 마치 멈춘 시계 같았다.
스무 살의 나는
별일 없이 흘러가는 날들보다는
무언가 반짝이는 일들로 가득 찬 하루를 원했다.
조금은 드라마 같은 하루를 꿈꿨고,
무대의 조명처럼 삶의 중심에 내가 서 있기를 바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바랐고,
로또처럼 커다란 행복이 내게도 찾아올 거라 믿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들은
답답했고, 억울했고, 어쩐지 아깝게 느껴졌다.
잠자리에 들면
무언가 이뤄야 할 것 같은 불안이 마음을 채웠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야 제대로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늘 조급했고, 허무했고, 자주 지쳤다.
그러다 마흔이 되어서야 조금은 알게 된 것이 있다.
크게 웃을 일도, 울 일도 없는
그저 심심하다고만 여겼던 하루가
사실은 가장 귀하고, 가장 단단한 시간이었음을.
지금은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바라게 된다.
조금만 더 잘하면 커다란 행복이 찾아올 거라 믿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안다.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이 평범한 하루가
이미 잔잔한 행복이라는 걸.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꽂고 듣는 익숙한 노래,
카페에서 주문한 라떼 위로 고요히 번지는 소담한 우유 거품,
점심 시간, 작은 식당에서 먹는 제육 덮밥 한그릇,
배달 앱을 열어 메뉴를 고르며 느끼는 작은 설렘,
씻은 얼굴에 잘 마른 수건을 댈 때의 짧은 포근함,
이 모든 사소한 순간들이 '더 좋아지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된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원한다.
더 나은 삶을, 더 따뜻한 내일을 꿈꾼다.
결국은
지금보다 조금 더 괜찮아지고 싶은 마음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행복이란 비교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는 걸.
더 많이 가지는 대신,
더 많이 느끼고 싶은 사람으로 변해야 한다는 걸.
더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해,
지금 이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고맙게,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다.
인생이 반드시 행복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 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말했다.
매일은 그 나름의 선물을 품고 있다고.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하루를 선물받고 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은
들이마시는 숨처럼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서서히 번지는 초저녁의 밥짓는 냄새처럼
아무 말 없이 곁으로 스며드는 지금 이 순간이
결국,
내가 찾던 행복이라면.
너무 늦기 전에
이 조용한 기적을
당신도
알아 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