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세이
나는 늘 귀를 열고 살았다.
사람들의 말에 예민했고,
작은 말에도 쉽게 휘청였다.
어릴 적엔
누군가 내게 건네는 말이
곧 진실인 줄 믿고 살았다.
친구가"그건 이상해."라고 말하면
정말 이상한 줄 알았고,
선생님이 "그건 네 잘못이야."라고 말하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삼키고, 눈치를 보았다.
말은 스치듯 지나가도,
그 자국은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듣고, 믿고, 받아들이는 게
괜찮은 사람의 방식인 줄 알았다.
한겨울, 열이 나는 아이를
양말도 신기지 못한 채 안고 병원으로 뛰던 길.
신호등 앞, 어느 할머니가 말했다.
"엄마는 따뜻하게 입어놓고, 얘는 양말도 안 신겼네."
혀를 차는 그 한마디에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열이 내리기를 기다리며
처음으로
내가 나쁜 엄마처럼 느껴졌다.
어떤 날은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넌 왜 그렇게 참아? 그러다 너만 손해야."
그 말이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그 말 하나에,
한동안 내 자신이
미련하게 느껴졌다.
내가 좋아서 고른 자개 핸드폰 케이스.
반짝이는 무늬를 볼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지만,
사람들은 말했다.
"좀 과한 거 아니야?"
"할머니 스타일 같아."
그 말에
나는 핸드폰을 꺼내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좋아서 고른 물건이
어느새 부끄러움이 되었다.
그때 나는
너무 많은 소리를 듣고 있었다.
누군가의 잣대,
누군가의 기준,
누군가의 목소리로
내 삶을 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듣다
배터리가 나가 음악이 멈춘 적이 있었다.
사방이 고요해진 순간,
지나가는 발소리 위로
나의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나대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는 걸.
세상의 말들이 귀를 덮자
비로소 들린,
내 안에 머물던 다정한 목소리.
그건 참 조용하고도 분명해서
나는 그제야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가끔은 귀를 막아야
가장 선명한 소리가 들린다.
내 안에 오래 머물던 말.
"괜찮아, 그러니 너답게."
그 말 앞에서
나는 비로서 진짜 나로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