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이 없는데도,
마음이 오래도록 무거운 날이 있다.
눈에 띄는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 험한 말을 던진 것도 아니지만,
괜히 어깨가 축 처지고
말 한마디 꺼내는 일조차 귀찮아지는 날.
그런 날이면, 나는 가까운 공원으로 향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나는 그 틈에 조용히 앉아
하나둘 가면을 벗은 듯 무표정한 얼굴들을 바라본다.
나무 그림자 사이로 흩어지는 발자국,
아무렇지 않은 척 걸어가는 사람들의 들숨과 날숨이
마치 '나도 그래' 하듯
내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나처럼 괜찮지 않은 얼굴로
말없는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그 모습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한마디 꺼낼 힘도 없고,
누구 하나 붙잡고 싶지도 않은 날.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또 혼자인 게 사무치게 서러운 날.
그럴 때,
공원 곳곳에 스치는"나도 그래" 하는 눈빛들이
조용히 내게로 기척을 전한다.
우리는 그렇게,
묵묵한 온기 속에서
가벼운 위로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주저앉기도 하면서.
크게 웃지 않아도,
잘 지낸다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스치는 시선 하나만으로
충분히 위로가 되는 밤.
그 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사람들 사이로 번져나갈 때.
괜찮지 않은 하루를
그저 끝까지 살아낸 것만으로도,
나는 믿었다.
오늘도 충분히 잘한 밤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