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나 정말 힘들어" 이 흔한 말이 어려울 때.

힐링에세이

by 봄볕


"너도 힘들면 좀 털어놔. 그러다 진짜 병난다."

걱정 반, 답답함 반이 섞인 얼굴로 내게 건네온 말.


그 말에 담긴 마음을 모르지 않아서

애써 입을 열어보지만,

끝내 내뱉지 못한 말들이 목구멍에 걸려 있다.


"나 정말 힘들어."


이 흔한 말을 도대체 어떻게 꺼내야 하는 걸까.

마음을 털어낸다고 해서

정말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을까.

괜한 말로 상대까지 무거워지게 만들진 않을까.


나는 또,

걱정이 앞서고 만다.


그렇게 결국

한마디도 털어놓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들어주다 집으로 돌아왔다.


하기 싫은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고,

속상했던 말도 웃으며 넘기는 바보.


서운했던 순간을 조용히 삼킨 채

목구멍에 걸린 가시 하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 그런 내가

나 조차도 가끔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배려 깊다"라고,

"속이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말들 안에 담긴 고마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때때로, 말하지 못한 마음이 속절없이 쌓여갈 때면

그 말들이 오히려 더 아프게 내 마음을 찌르고 만다.


나는 왜 그날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까.

왜 끝내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했을까.

별뜻 없는 남편의 말투에 왜 또 그렇게 마음이 쿡, 아팠을까.


내가 예민한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정말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누구에게도 티 내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일이

왜 이토록 외로운 걸까.


이제는 누군가의 "괜찮아?"라는 말 앞에서

"나도 좀 힘드네."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 하나로 세상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어쩌면 내 마음 어딘가는

조금쯤 가벼워질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꺼내지 못한 말들을 조용히 주워 담아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오늘도 정말, 너 많이 애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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