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세이
중학교 시절, 학교라는 작은 세계엔
늘 보이지 않는 서열이 있었다.
그 중심엔 늘 힘이 센 아이들이 있었고,
그 힘은 종종, 주먹으로 증명되곤 했다.
복도 저편에서 싸움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돌면
아이들의 관심은 어김없이 그 방향을 향했다.
누가 이겼는지,
누가 먼저 주먹을 날렸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운동장에 덩그러니 남겨졌던 한 남자아이를 기억한다.
오른쪽 볼과 입술이 터진 채
외롭게 교실로 걸어오던 그 아이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시절, 힘은 곧 권력이었다.
누군가를 밀치거나 욕을 하거나, 심지어 괴롭혀도
힘이 센 아이는 대부분 면죄부를 받았다.
조용한 아이들은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늘 반 발짝 뒤에서
숨을 죽인 채 움직여야 했다.
그때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이기지 못하면 밀려나는 세상.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먼저 주먹부터 쥐어야 하는 곳.
그래서 다들,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됐다.
그때 그렇게 움켜쥐려 했던 힘이
결국 얼마나 덧없고, 쓸모없는 것이었는지를.
얼마 전, 첫째 아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힘이 센 친구가 약한 친구들을 때리며 논다는 이야기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예전과는 달라졌을 거라 믿었던 교실이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인 것만 같아서.
폭력은 예나 지금이나
쉽게 웃어넘기는 말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철없던 시절이었다'로 시작되는 변명은
너무나 많은 피해자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여전히 세상 곳곳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 모든 것을
그저 한때의 실수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건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너무 무거운 죄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자주 이렇게 말한다.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힘을 약한 사람을 위해 쓰는 사람이 되라고.
크게 소리 내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람.
결국, 사람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건
물리적인 힘도, 목소리의 크기도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다정함을 건네왔는지가
기억 속에 더 오래 남는다.
화려한 말보다
작은 행동이 더 깊이 남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시간을 건너 마음에 닿기 때문이다.
상처는 오래 남고,
무너진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사람을 대하든
함부로 대하지 말고,
누군가의 눈물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자기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