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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타령

by 최연수

구린내 나는 겉껍질 벗겨

은행 알 맛있게 먹고,

짚․ 솔잎 속에서 잘 썩힌

홍어회 즐겁게 먹었건만,


스컹크 방귀에 재채기 하며

시체꽃 썩은 냄새에 구역질했다고,

개코 망신을 톡톡히 당한 채

이렇게 내 코가 석자 되었다.


스컹크 꽁무니 따라다니는 사람들.

시체꽃 찾아 날아다니는 파리들.

별난 냄새가 그리도 좋은지

그 무딘 코가 부럽다.


장미동산에서 사향노루하고만

살 수 있으랴.

악취 나는 이 세상에서

방독면 쓰고 살 수 있으랴.


사론의 수선화 되어

사랑의 향기 풍기겠노라 했건만,

벌 나비들마저 고개 돌리니

아, 쥐 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나?




눈살을 찌푸리며 구린내 나는 겉껍질을 벗기고 銀杏(은행) 알을 맛있게 먹는다. 특히 잘 삭힌 洪魚(홍어)회를 눈물 흘리면서도 즐겨 먹는다. 다른 感覺器官(감각기관)은 노쇄했는데, 아직도 嗅覺神經(후각신경)은 건장한지 냄새에 민감하다.

교직에 있을 때, 스컹크는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 지독한 방귀를 뀌어 煙幕(연막)을 치고 도망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정작 나는 사진이나 그림만 보았을 뿐, 아직 스컹크를 본 일이 없다. 그 방귀 냄새를 맡은 일은 더욱이나 없다. 스컹크는 혼자 사는 야생 잡식 동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방귀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2.5Km까지 풍기며, 건물 안에서는 일주일 간 밥을 못 먹을 정도라고 한다. 스컹크는 불안할 때 방귀를 뀐다지만, 평소에도 스컹크 방귀를 뀌며 사는 사람이 있고, 이 냄새를 맡고자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대단한 코들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역겨운 시체꽃이 있다. 이것도 사진만 보았을 뿐이다. 고추문화 마을(충남 청양)의‘아열대식물원’에 우리나라 유일의 이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에서 20년 만에 꽃이 피었다고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자이언트 아룸’으로서 인도네시아 토속 야채과 식용 식물이라고 지적한 사람이 있었다. 본래의 아모포팰러스 타이탄 아룸(titan arum)은 男根(남근)모양을 하고 꽃 지름이 1m나 되는 거대한 꽃인데, 송장 썩은 냄새가 난다해서 시체꽃이라 한다. 파리를 유인하여 受粉(수분)을 한다는 것이다. 이 꽃처럼 당당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이 별난 냄새를 찾아 날아다니는 똥파리들이 있다. 그 무딘 코들이 참으로 부럽다.

장미 화원에서 麝香(사향)노루하고만 살 수 없고, 惡臭(악취)나는 이 세상 방독면을 쓰고 살 수 없다. 그러나 어쩌다가 스컹크 방귀 냄새와, 시체꽃 송장 썩은 냄새를 맡으며 살게 되었나? 스컹크 방귀에 재채기하고, 시체꽃 냄새에 ․구역질하다가 개코 망신을 당한 채, 이렇게 내 코가 석자(吾鼻三尺)이다. 그런데 눈치 없이 내딴으로는 琪花瑤草(기화요초)의 땅 사론(Sharon)의 수선화와 백합화(아2:1)가 되어 사랑의 향기 풍기겠노라는데, 벌․나비들도 그냥 지나친다. 그리스도의 향기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고후2:15,16)로 살겠다는 내 기도가, 스스로 孤高(고고)한 척 하는 僞善者(위선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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