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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귀 입

새우타령

by 최연수

1이 11로, 10이 100으로

크게 많게 부풀리고 있으니

스스로 어둠을 밝히는 내 눈.

고맙군 그래.


“장소 아세요?”

“고맙네”

우리 가는 곳이 어디냐는데,

장수하시라 들었다니

스스로 어둠을 밝히는 내 귀.

고맙군 그래.


낡은 목청에서

헛김 새는 소리.

항아리 깨진 소리.

어눌한 말 작작 하라니

고맙군 그래.


쓰잘데없는 소리 듣지 말고,

주님의 속삭임만 들으라 하나보다.

어둔 세상 눈 비비대지말고

하늘만 쳐다보라 하나보다.

잔소리 실없는 말하지 말고

하나님 말씀만 하라나보다.




눈이 흐린지는 오래 되었다. 젊었을 때도 亂視(난시)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책과 씨름하며 공부하느라고 시신경을 酷使(혹사)하였을 것이고, 또 글 쓰며 책 만드느라고 오랫동안 컴퓨터의 종이 되었으니...70대에 안경 신세를 지게 되고, 백내장이 진행되었으며, 80대에 오른쪽 눈에는 黃斑變成(황반변성)과 망막 변종이 있다는 안과 검진을 받았다.

어느 날 친척들과 함께 외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장소 아세요?” “고마워!”

이런 東問西答(동문서답)이 있나?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보고, 금방 잘못 들었음을 깨달았다. 천천히 귀가 어둡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지만 이때는 恥部(치부)를 밖으로 드러낸 것이다. 場所(장소)를 長壽(장수)로 알아들었으니까 망정이지, 지나치게 유식하여 장수(杖囚=杖之囚之)로 알아들었다면 웃고 말았을까?

다행히 그가 耳鼻咽喉科(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금방 難聽(난청)임을 깨닫고 무료로 補聽器(보청기)를 해주었다.

눈과 귀 뿐이랴. 몸이 늙으니 성대도 낡아, 헛김 새는 소리, 항아리 깨진 소리가 난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말이 어눌하다. 이렇게 여러 기관이 老衰(노쇠) 현상을 나타낸다. 치명적인 것이 아니므로, 늙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내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큰 실수는 없지만, 내일 일을 장담할 수 없다. 莊者(장자)의 ‘변무’편에, 離朱(이주)는 백 걸음 밖에서 바람에 떨어지는 털끝을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 밝은 눈으로 五色(오색)을 꾸며서 사람을 眩惑(현혹)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편 晉(진)나라 음악가 師曠(사광)은 초능력의 청력을 가져, 갖가지 가락을 만들어 역시 사람을 현혹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을 장자는 자연을 거스른다고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이주와 사광을 부러워할 것도 없고, 장자처럼 비판할 자격도 없다. 다만 하나님께서 허락한,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못한 아쉬움이 왜 없으랴. 더 약화되기 전에, 덜 보고 덜 들으라는 가족들의 충고가 많다. 그러나 더 약화되기 전에 더 보고 더 듣겠다니 이럴 때 쓰는 말 “못 말려!” 한편 불필요한 소음․잡음․고함 듣지 말고, 추악한 것․가식적인 것․현혹한 것 따위 봐서 안 될 건 못 본 체 하라. 잔소리․실없는 말 하지 말고, 혀를 잘 길들여 무거운 입으로 하나님의 말씀이나 하라는 뜻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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