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얼굴에 검댕이 묻었다면
거울을 들여다보고
지우지 않는 사람 있으랴.
옷에 얼룩이 묻었다면
비눗물로 깨끗이
지우지 않는 사람 있으랴.
몸에 묵은 때가 끼어있으면
물로 씻어야 개운하지
그대로 견디는 사람 있으랴.
집 안이 더러워 어수선하면
비질 걸레질로
말끔하게 청소하거늘.
검댕 묻은 마음, 얼룩진 생각에
행실까지 때가 끼었는데
짐짓 시치미뗀다.
자질구레한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대인군자인가?
오래 전 이웃에 한 남자가 하숙(下宿)하고 있었다. 겨울에 장갑을 끼는 것은 물론, 여름에도 가방 끈과 우산 손잡이를 종이로 감싸고 다니는 것이다. 주인 말에 따르면 숟가락 젓가락도 종이로 감싼 채 식사를 하고, 날마다 넘치는 휴지 쓰레기로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했다. 결백증(潔白症)이라고 수군거렸다. 자폐증(自閉症)같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없으니, 그 이유를 알 리가 없었다. 아이들까지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여 몹시 측은했다.
얼굴에 검댕이 묻어있다고 하면 거울로 비추어 곧 지우는 게 상식이 아닌가? 옷에 얼룩이 묻어있으면 비눗물로 곧 씻고, 몸에 묵은 때가 끼어있으면 곧 목욕해야 개운하지 않는가? 집안이 지저분하고 어수선하면 쓸고 닦아 말끔하게 청소․정돈하는 게 우리네 일상생활이지 결백증은 아니다. 그런데 마음에 검댕이 묻고 생각이 얼룩지며, 행실에 묵은 때가 끼었는데 짐짓 시치미떼고 있으니, 그런 자질구레한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마치 대인․군자(大人君子)인 척 한다.
어린 시절, 누나와 싸우고 둘이서 문밖으로 쫓겨났다. 잘못을 빌면 용서한다니까, 약삭빠른 누나는 금방 용서를 받고 방으로 들어가 밥을 먹었다.
그런데 나는 어둠이 짙어 가는데도 빌 줄을 몰라 마냥 문밖에서 코만 훌쩍였다. 보다 못한 어머니는 “저 놈의 고집...”하며 안타까워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이 없는데 사과하라니...방에 불은 꺼지고 이제 잠자리에 드는 것 같았다. 덜컥 겁이 났다. “아부지, 잘못했어...!” “그래 한번만 용서하마. 들어와!” 진즉 빌걸...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예수 믿으면서 회개란 말이 귓속에 박혔다. 남들은 회개가 밥 먹듯 쉬운 걸로 알지만 회개가 그렇게 쉽던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회개가 얼마나 어렵고, 한편 죄를 고백하면 용서 받는 일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요즘 국회 청문회(聽聞會)를 통해서 소위 지도자란 분들의 민낯을 본다.
철면피(鐵面皮)․철심장(鐵心臟)이다. 부정·불의와 비위(非違)·비리(非理)와 부도덕(不道德)이 위법(違法)이냐고 반문(反問) 한다. 새 발의 피, 모래밭의 모래 알, 새 옷의 먼지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다며, 대인군자(大人君子)인 척 한다.
그리하여 무지(無智)몽매(夢寐)하고 힘없는 국민은 법(法)으로 엄하게 다스리고 정의(正義)를 구현하겠다며 기염(氣焰)이다. 파리 똥은 똥이 아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