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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

새우타령

by 최연수

거추장스런 복건이 싫은데

왜 자꾸만 씌우는 거야?


웅성거리는 이들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이리저리 끌어가는 거야?


덥수룩한 수염이 무서운데

왜 뽀뽀 하자는 거야?


기저귀가 젖어 척척한데

왜 안 갈아주는 거야?


좋아하는 것도 없는데

뭘 집으라는 거야?


졸려 눈이 감기는데

여기 봐 저기 봐 뭘 보라는 거야?


엄마, 저런 건 안 먹어

난 젖꼭지 물을래.




나의 돌잔치를 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했다 한들 기억도 나지 않겠지만.

오랜만에 삼신메라는 고봉 쌀밥에 미역국 차려놓고, 어머니께서 三神床(삼신상)앞에서 무릎 꿇고 두 손을 비비며 기도는 드렸을 것이다. 아들 잘 되라고...

네 자녀 키웠지만 마찬가지였다. 잘 사는 집 돌 잔칫집에 갔다가 얻어온 무지개 돌떡을 맛있게 먹고, 그 귀공자 돌맞이 아기가 몹시 부러웠을 뿐이다.

난 우리 세 아이를 키우면서 조촐하게나마 돌 잔치를 베풀었다. 그리고 많은 친척 친구 지인 집 돌잔치에도 초대 받아 갔다. 어떤 집은 호텔이나 큰 음식점을 빌어, 많은 손님들의 축하로 호화로운 잔치를 베풀었다. 하객인 나도 왕자나 공주 같은 귀여운 아기를 안고 뽀뽀를 하고, 돌잡이를 호기심으로 구경하며, 기념 사진도 함께 찍었다. 물론 맛있는 음식도 배부르게 먹으며 때로는 푸짐한 선물도 받아왔다.

그런데 그 때마다 주인공에게는 오히려 苦役(고역)이란 걸 느꼈다. 寡聞(과문) 한 탓인지, 아직은 먹고 마시며 싸고 자는 모든 행동이 본능이지, 자기 감정이나 의지에서 나온 것 같지 않다. 주최하는 부모와 가족들의 취미와 의지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고, 참석하는 손님들 위주로 행사가 진행될 뿐이다.

비싼 한복을 갈아입히고, 사내아이에겐 福巾(복건)을 계집아이에겐 조바위 같 은 모자를 머리에 씌운다. 대개 아이들은 거추장스런 衣冠(의관)을 싫어하고 특히 모자는 낚아채듯 벗으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려 어리둥절하는 판에, 낯선 사람들이 마치 농구 공처럼 아기를 주고 받고 한다. 게다가 텁수룩한 수염이 보기에도 징그럽고 두려운데 뽀뽀를 하자니 딱 질색이다. 기저귀가 젖어 척척한데 갈아주나, 졸려 죽겠는데 사진 찍는다고 여기 봐 저기 봐 괴롭기만 하다.

가장 딱한 것은 돌잡이다. 여러 가지 물품을 늘어놓고 하나만 골라 잡으라는데 뭘 고르라는 것인지...별로 좋은 것이 없는데 아무거나 집으면, 부자가 되겠다는 둥, 높은 벼슬을 하겠다는 둥, 인기 연예인이 되겠다는 둥...아기의 마음과 생각과는 상관없으니, 델피 神殿(신전)에서 神託(신탁)을 받은 것인가? 이제 아기의 운명은 결정된 것인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갖가지 음식이 즐비하지만 아기에겐 그림의 떡이요, 차라리 젖꼭지나 물려주면 그만이다. 이래저래 어른들은 지치고, 소외된 돌맞이 아기가 때로는 병나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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