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허들 뛰어넘듯
하나 둘 세로줄 넘으며
노래를 불렀노라.
높게 낮게 길게 짧게,
세게 여리게 빠르게 느리게...
마디마디 달콤한 가락.
몸은 늙고 목소리는 낡아
흥얼거리듯,
쉼표 숨표 아랑곳없이
노래를 즐겼노라.
어?
버티고 있는 저 겹세로줄.
넘을 수는 없을까?
두 점만 찍으면 도돌이표 되어,
되돌아와 다시 한 번
목청껏 부르고 싶은데.
점점 여리게 느리게 부르라는
디크레센도 리타르탄도 앞에서,
점점 잦아지는 쉰 소리.
쾅!
놀람교향곡처럼,
적막을 깨뜨리고 졸음을 깨워
한 곡 시원하게 마치고 싶은데...
〜나 항상 오래 여기 살리라
아 목동아 아 목동아 내 사랑아.
푸른 초원의 양떼를 떠올리며 아일렌드 민요 '아! 목동아(London Derry Air)' 를 불러본다. 쉰 목소리에 숨이 찬다. 악보가 어른거리고, 굳은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허둥댄다. 이제 한물졌구나.
앵무새처럼 일본 軍歌(군가)를 따라 부르고, 해방이 되었어도 낡은 風琴(풍금)에 악보도 없는 동요 몇 곡 배웠다. 어린이 시절 唱歌(창가) 시간의 풍경이다.
게다가 숫기가 없어, 시험을 보는데도 콩당콩당 뛰는 가슴을 안고, 반토막 형식의 노래마저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사람들 앞에서 音癡(음치)가 된 나를 아버지는 ‘방안 퉁수(洞簫=통소)’라고 하였다. 중학교(사범학교)에 진학하면서 天地開闢(천지개벽)이 일어났다.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음악실과, 많은 오르간 연습실도 있었다. 한편 벤드(band)부가 있어서 그야말로 별천지다. 이른바 세 계 명곡집에 있는 노래를 배우는 음악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
졸업하고 敎壇(교단)에 서면서 오르간으로 노래를 가르치는 일이 무척 즐거웠다. 방과 후에도 많은 노래를 불렀다. 곱슬머리 長髮(장발)까지 겹쳐서 아이들은 ‘베토벤 선생’이라는 별명을 불렀다. 마침내 학교 儀式(의식)때 指揮棒(지휘봉)도 잡았다. 대외 합창대회 때 우리 반이 대표로 나가고, 직원들 음악 연수도 시켰다. 호랑이 없는 골짜기에 토끼가 왕 노릇한다고,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아본 일이 없는 내가 팔자에 없는 음악가가 된 것이다.
8순이 지난 지금도 교회 찬양대를 하고, 복지관에서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다. 이제 몸은 늙고 성대는 낡았는데 愚直(우직)스럽게 버티고 있다. 지난 생 애를 돌아보니까 노래 한 곡 부르는 것 같다. 허들을 넘듯 고개를 넘듯 세로줄을 넘으면서 한 마다 한 마디 부를 때마다, 그 아름다운 선율에 魅了(매료)된다. 이제 더 넘지 못할 겹세로줄이 보인다. 점 두 개만 찍으면 도돌이표가 되어 다시 한 번 멋있게 부를 수 있는데..... 그러나 디크레센도(dicrecendo)와 리타르탄도(ritardando=rit.)가 나타나, 점점 여리게, 점점 느리게 부르라는 걸로 미루어보아 종점에 이르렀나보다. “쾅! ”이 때 하이든의 ‘놀람교향곡’ 같이, 졸고 있는 청중들이 깜짝 놀라고 靜寂(정적)을 깨뜨리도록, 한 번쯤 바리톤 목소리로 맘껏 노래를 불러봤으면...비록 뱁새가 황새 걸음 흉내내는 격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