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뒷걸음

새우타령

by 최연수

땀 흘려 쌓은 탑은

비바람에 시달려 무너지고,

헐떡이며 놓은 다리는

홍수에 휩쓸려 그림자도 없는데

뭐가 아쉬어 뒤돌아보랴.


발목에 채워진 족쇄는

낡아 녹슬어 부스러지고,

눈물 고인 발자국은

바닷물에 씻기어 자취도 없는데,

뭘 보겠노라고 뒤돌아보랴.


뒷걸음치며 앞을 보니

앞인가? 뒤인가?

따라오는 발자국이 어리둥절

갈짓자 걸음이네.





시인이자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독사에 물려 죽은 후 슬픔에 휩싸인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오르페우스는 저승으로 아내를 찾아간다. 그는 리라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이에 감동한 저승의 신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풀어준다.단 이승에 도달할 때까지 절대 그녀를 뒤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아직도 죽음에서 깨어나지 못한 에우리디케는 힘없이 오르페우스를 뒤따라 간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오르페우스는 그만 뒤를 돌아보다가 영영 에우리디케를 놓치고 만다. 그리스 신화의 한 토막이다.

하나님은 죄악이 가득찬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자를 보내어 애원하는 롯의 가족만은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불순종과 주저하는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았으므로 소금 기둥이 되었다.(창19:26) 아내는 호화로운 삶과 재산에 관한 미련 때문에 이를 버리고 간 것을 주저했을 것이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교훈이다.

늙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을 보아도 옛 앨범을 뒤적이며 지나온 옛 이야기 하는 것을 낙으로 여긴다. 나도 종종 옛 일기장을 펼쳐보고, 이를 자료로 3권의 회고록을 쓰기도 했다. 특히 눈물을 찍어서 썼던 젊은 시절의 일기장은 ‘自畵像’으로 남겼다. 왜 써야 하며 왜 남기려 하는가 自問(자문)해 보지만 自答(자답)도 없다. 특히 자랑스런 영광의 이야기는 한 구절도 없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했지만, 땀 흘려 쌓은 탑도, 헐떡이며 놓은 다리도 무슨 자취가 있나? 더구나 내 발목에 체워졌던 足鎖(족쇄)도,내 눈물이 고였던 발자국도 다 흔적이 없다. 그런데 뭐가 아쉬어 이를 돌아보고 싶을 것인가?

뒤로 걷는 운동이 있다. 평소에 잘 쓰지 않은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키므로, 보행 능력과 균형 감각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을 완화시키며, 남성 성 기능을 강화시키는데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나도 한적하고 평탄한 곳에서는 이따금 뒤걸음치기를 한다.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는데....걷다보면 앞이 뒤이고, 뒤가 앞이다. 똑바로 걷고 싶지만, 따라오는 발작국을 보면, 앞인지 뒤인지 그들도 헷갈린 모양이다. 갈짓자로 걷는걸 보니...

‘ ~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3:13,14) 잘 못 했던 과거를 들출 필요가 없고, 잘 했던 과거도 자랑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충실하며 앞으로 걸어야지.

keyword
이전 24화뒤 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