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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타령

by 최연수

지하수 폭포 아래서 득음을 했나?

쩌렁쩌렁 울리는 저 소리.


님 그리는 연가라면

나긋나긋 달콤해야 하거늘

너무도 절절한 목소리.

실연의 하소연이라면

애절하고 처량해야 하거늘

너무도 당찬 노랫소리.


땅 속 바다 파도 앞에서 웅변술을 익혔나?

우렁찬 저 소리.


화풀이 하는 고함일까?

너무도 절실한 외침.

세상을 향한 절규일까?

너무도 처연한 부르짖음.


이 한 철 소리치기 위해

땅 속에서 이레 해 갈고 닦았는데,

잠 설친다고 짜증내도

노래건 절규건 온 힘 다해 소리치렴.




여름이 되자마자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잠을 설치는 소음 공해라며 짜증내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나는 여름이 오면 매미 소리를 기다린다. 어렸을 적 추억 때문이겠지. 귀뚜라미․여치․베짱이와 함께 덩치 작은 곤충들이 어떻게 저런 큰 목소리를 낼까? 늘 궁금했다. 그 후 발성 기관에서 만들어낸 소리를 뱃속의 共鳴室(공명실)에서 增幅(증폭)시켜 높은 소리를 낸다는 걸 알았지만, 공사장 소음보다 더 큰 70데시벨 이상의 큰 소리를 낸다는 건 아직도 궁금하다.

매미가 우는 것은 사랑의 戀歌(연가)라고 한다. 젊은 시절 나는 슈베르트․토셀리․드리고 등의 세레나데(serenade)를 즐겨 불렀다. 저녁 애인의 창가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곡으로 알고 좋아했는데, 연애를 해본 일이 없는 나는 달빛처럼 은은한 그 선율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미의 세레나데는 灼熱(작열)하는 햇빛 같은 절절한 목소리의 노래가 아닌가? 혹시 쓰라린 실연의 아픔을 하소연하는 노래라 하기엔, 너무나도 당당한 목소리다.

노래라기 보다는 확성기에서 흘러나온 웅변 같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고함이라면 저렇도록 절실하지는 않을 것 같다. 세상을 향한 절규일지도 모른다. 그 소리 속에 凄然(처연)함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의 카산드라는 아폴론신으로부터 미래를 보는 叡智(예지)를 받았다. 그런 데 그의 미모에 반한 아폴론의 구애를 뿌리치자, 그녀의 말을 믿지 않게 하는 저주를 내렸다. 이에 전쟁이 나서, 목마가 재앙을 가져온다는 그의 경고를 무시한 트로이왕은 패전하지 않았는가? 지금 우리나라도 카산드라 매미의 警告音(경고음)을 혹시 태평가로 착각하고 있지 않나 걱정스럽다.

옛 중국 秦 나라 육운은 매미가 君子(군자)의 덕을 갖추었다고 했다. 길게 뻗은 입 모양이 선비의 갓끈 같고(文), 이슬과 수액만을 마시며(淸), 남의 곡식을 축내는 일 없고(廉), 제 집 없이 검소하며(儉), 허물을 벗고 죽을 때를 알고 지킨다(信)는 것이다. 이런 군자를 소음으로 천대할 수 있으랴.


매미는 땅 속에서 7년을 굼벵이로 살다가, 지상으로 나와 한 철 짧은 생애를 마친다. 짧기에 절명의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저렇게 노래하고 절규하는지 모른다. 소리꾼처럼, 지하수 폭포 아래서 득음하고, 데모스테네스처럼 지하의 바다 파도 앞에서 웅변술을 익혔기에 저런 우렁찬 소리가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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