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

새우타령

by 최연수

행운목에 꽃이 피었다.

한 번도 본 일이 없는데.

행운이 온다는 건가

이미 왔다는 건가?

복권은 산 일이 없는데.


싸라기 같은 봉오리가

다닥다닥 꽃대에 붙어 있더니

뻥 튀기듯 터뜨렸다.

보송보송 흰 꽃이 피었다.

약속한 바도 없는데.


어수선한 세상 때문에

그늘진 내 얼굴 이랑에,

웃음꽃 씨를 뿌리며.

웃는 문으로 복이 들어온다고

했잖느냐며 핀잔이다.


은은한 향기가 속삭인다.

기뻐하고 즐거워 하라.

하늘에서 너희 상이 큼이라.

그 상이 대박이요

그 상이 행운이 아니냐고.




우리 집에는 행운목이 있다. 파키라 ․ 마지란타와 함께 천정에 닿는 3대 거목 가운데 하나다. 이 행운목은 4년 전 교회에서 시집온 나무다. 며칠 전 꽃대가 올라오며 싸라기 같은 것이 다닥다닥 붙었다. 일찍이 이 꽃을 본 적이 없어 설마 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원 나무에서 삐져나온 곁가지를 잘라 물병에 넣고 뿌리를 내린 후 화분에다가 심었는데, 이것이 꽃을 피웠다니... 7~8년 주기로 불규칙하게 핀다는 귀한 꽃이라지? 아무튼 開運竹(개운죽)과 사이좋게 자라는 幸運木(행운목)에서 핀 귀한 꽃이니 반가울 수 밖에.

행운? 로또 복권과 같은 射倖(사행)과는 전혀 연이 먼 나에게 행운이 온다는 것인지, 이미 왔다는 것인지...아무튼 기분 좋은 일다. 최근 몇 년 동안의 混濁(혼탁)한 국내외 정세로 무척 沈鬱(침울)한데다가, 엎친데 덮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페닉 상태에 빠져있음은 사실이다. 신앙생활하면서 날카롭고 뾰족했던 내 신경이, 꽤 둥글둥글 닳아졌다고 여기었는데...가족들이 최근 웃음을 잃은 나의 신경 과민을 눈치챘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깊은 늪을 헤치고 나오기 위해 물론 기도생활을 한다. 그런데 행운이 온다니...호기심으로 5.16일 c신문‘오늘의 운세’를 보았다. 35년생은‘안정과 평화 깃드니 웃음이 절로’라고 씌어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문장이요, 꿈보다 解夢(해몽)이 좋은 법이지만, 내일 운세는 달라질지라도 우선 기분 좋다. 행복 호르몬이 많이 분비될 것 같다. 안정과 평화가 오면 마땅히 웃음이 깃들고 말고. 그동안 나에게 안정과 평화가 없어 행복 호르몬이 나오지 않았음을 핀센트로 콕 집어냈다.

행운목 꽃은 크거나 곱지 않은 수수한 흰 꽃이다. 오므라져 있다가 저녁이 되니 뻥 튀듯 벌어지는데, 대박을 터뜨릴 것 같지는 않다. 대박이란 노름판과 관련된 말, 또는 큰 배(大舶)에서 나온 말 등 설이 갈라지만, 아무튼 대박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소복소복 복스런 꽃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긴다. 뭐라고 속삭인 것 같아 귀를 대었다. 웃으면 복이 온다(笑門萬福來)고 했지 않았느냐고 핀잔을 한 것 같다. 그렇지, 내가 즐겨 쓰던 문구요, 그렇게 노력해온 것을 想起(상기)시켰다. 그리고‘기뻐하고 즐거워 하라 하늘에서 너희 상이 큼이라’(마5:12)는 말씀을 생각나게 하였다. 꽃말이‘행운 ․ 행복 ․ 약속을 실행하다’라고 하니,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통해서 웃음이 깃드는 행복한 생활을 약속하며 실행하라는 뜻이리라. 맞다! 하늘의 상이란 곧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그것이 아니겠는가? 공자․맹자․순자․노자․장자보다 더 훌륭한 스승은‘웃자’라 했지. 그런데 꽃에 무슨 魔力(마력)이 있다고, 어린애마냥 이 꽃에 運命(운명)을 맡기며 싱긋 웃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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