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장. 사장이 일을 다 하면 안 되는 이유
컨설팅을 가보면
사장님이 주방장이고,
홀 매니저고,
배달기사고,
회계담당이고,
심지어 청소부다.
심지어 SNS도 직접 하고,
포장도 직접 고르고,
마감 정산까지 다 한다.
그럼 나는 이렇게 묻는다.
“사장님, 오늘 하루에 사장님 역할을
몇 개나 하셨어요?”
그러면 사장님은 피식 웃는다.
"저요? 거의 열 가지는 하죠.
직원 쓰기도 부담돼서요."
정말 맞는 말이다.
직원 관리 어렵고, 인건비 부담된다.
어떤 직원이 와도 주인만 못 할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는 직원의 역할만 했지
사장님의 역할을 정확히 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 구조가 계속되면
절대 가게는 커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멀티플레이를 했던 사장님
한 사람이 없어지게 되면
혹은 원래 10개를 하셨던 역할을
몇 개라도 못하게 된다면
그 가게는 반드시 무너진다.
그런데
악담이 아닌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서
분명히 아프게 될 수 있다.
아니 아프게 된다.
평생 아프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혹은 개인사로 많이 바쁘게 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백 퍼센트의 컨디션으로 맞추어진
역할은 70퍼센트의 컨디션 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다.
'가게가 커지질 않기를 원하다.'는 사장님들은
본인은 돈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절반은 믿을 만하고
절반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 완주군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며
카페를 함께 하는 여성사장님을 만났다.
근처 컨설팅을 하고 와서
이전에 모종의 이유로 갑자기 모집업체가
취소를 해서 새로운 모집업체의 티오가 났다.
카페에 가기 10분 전에 받은 좋은 소식?이라
가까운 지역의 사람에게 정말 도움 되는
혜택을 주고 싶었다.
카페문이 열리고 부리나케
2층에서 내려오시는 사장님.
음료를 주문하고
지원사업에 관한 안내를 해드렸다.
안내를 전부 듣기도 전에
"저는 돈이 많아서
지원사업 안 받아도 돼요."
무언가 미심쩍은 듯
음료를 만드시며
정말 거만하고 차갑게 말씀하셨다.
나는 손님의 입장으로 커피를 주문했고
지원사업은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전화를 받아서
2층에서 부리나케 내려오시던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사장님을 위해서
설명했던 것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이
'죄송한데 관심 없어서요.'
뭐 이런 식이 어야 하는데
'돈이 너무 많아 지원사업 안 받는다.'
라니...
평생 지원사업과 상관없이
살아오신 사장님들 중 일부는
국가에서 주는 거의 공짜 지원에 대한
의심과 반감을 가지시는
입장은 정말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혹시 주변인들에게 들어보고,
(그 주변의 아실만한 자영업자 사장님들 중
일부는 지원사업을 매년 받고 있기에
절대로 모를 수 없다.)
이리저리 물어보거나, 찾아보시거나,
'생각해 보겠다.'라고 하신다거나
'아들이나 남편에게 물어보겠다.'라고
거절의 의사를 말했어도 됐다.
어떻게든 사람의 진위여부와 사실관계파악,
더 디테일하게는 사업안내를
한 나의 존재여부나 함께 간 디자이너의
경력여부등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역사람 즉 지역자영업자에게는
꽤나 알려져 있거나, 지역업자와 그 가게의
사장님과의 건너 건너 알 수 있는
즉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간혹, 너무 어르신이나
가공품이 아닌 원산물 생산자나
다른 1차 산업 종사자(농업, 임업, 수산업 등)님들
기존에 지원사업과 관련이 없으셨던
많은 사람들이 지원사업을 거절도 하긴 하지만
수많은 거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거절하시는 분들은 이유가
대부분 서류 작업인 경우가 태반이다.
아직 인터넷 문서 및 신청 시스템 및 관련서류 발급등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다.
(그러나 난 내가 서류 작업도 도와 드리니...
그냥 거의 공짜의 사업인데... 돈들 드리는 사업인 건데...)
처음에는 새로운 가게에 온 손님이었다가
좋은 사업안내를 해준 나와 디자이너가
잡상인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도 나빴지만
그 사장님은 매년 받을 수 있는
자영업자 관련 지원사업에 관한 기회를
놓치신 것이었다.
매년 받는다는 전제하에
연간 최소 500만 원은 날리셨다.
10년 받으면 5000만 원일 것이다.
지역특성상 그리고 그 건물이 신축이며
카페만을 위한 건물이기 때문에
최소 몇십 년은 그 용도로 활용될 것이면
가게의 유지기간은 훨씬 길 것이기에
손해보신 금액은 훨씬 클 것이다.
즉 본인의 생각 없는 그 한마디에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데
최소 심하게는 억 단위도 날리신 것이다.
(내가 다른 지원사업들도 좋으신 사업자 분들에게는
추천해 주고 서류작성등도 도와드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이 많으셨으면
왜 이렇게 부리나케 커피 두 잔 팔려고
내려오셨을까...
그 모습에 열심히 사시는 사장님
이라고 판단하고 사업안내를 해드린 건데...
이 가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장이 음료 만들고 서빙하고
농장열매 다듬고 설거지하고
전화받고 하시기 때문에
사장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인
고객의 소리를 듣거나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고객도 날렸고
좋은 지원사업도 날리셨다.
아마
사장으로서의 역할이 많으셔서
여유 있게 지원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믿는다.
(그런데 그날은 더욱 바쁘지 않아 보였지만
그냥 그렇게 믿고 싶다.)
조금 본론으로 더 돌아와서
혼자 다 하려는
사장님의 공통점은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라는 착각
‘믿을 사람이 없다’는 불신
‘내가 하는 게 가장 빠르다’는 오만
‘일단 바쁘니까’라는 변명뿐이다.
그러다 결국 몸이 아프면
가게 문도 못 열고
주방에서 사고 나면
대처도 안 되고
정말 아이템이 좋거나 맛이 좋아서
가게가 커지면
시스템 경험이 없어서 무너진다.
그러니 바쁘시겠지만
하루 일과를 기록해 보거나
디테일하게 생각해 보고
굳이 내가 안 해도 되는 일을
꼭 찾아야 한다.
가능한 많이 찾아내야 한다.
굳이 직원 고용이 아니더라도,
효과적인 외주 활용을
적극적으로 생각하기도 해야 한다.
반복되는 일은 반드시
매뉴얼로 만들어야 하며
사장은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사장님, 지금 이 가게는
사장님이 없으면 돌아가나요?"
"아니요."
그럼 다시 말한다.
"그럼 그건 사업이 아니라 직장입니다.
그것도 월급의 보장이 없고
일에 끝도 없으며
대부분 주말과 휴일도 없는
무한 야근 직장..."
계획도 시스템도 방향도 없이
혼자 다 하려는 사장은
결국 반드시 혼자 무너진다.
사업만 무너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건강이 무너져서
사업이 무너지는 것이기에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