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장. 당신의 주방은 안녕하신가요?
나는 컨설팅을 가면 가능한 주방을 본다.
물론 컨설팅의 종류 및 범위,
종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요청한다면 주방을 보는 경우도 많다.
디자인 관련된 사업이나
패키지 개선 등의 사업의 경우
주방을 보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종합컨설팅과 관련된 경우에는
꼭 주방을 본다.
작은 업장일수록
주방과 홀 사이에 벽이 얇다.
주방의 냄새, 소리, 리듬,
그리고
위생상태가 홀 안으로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사장님과 주방장이
동일인물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의 피곤함과 바쁨이
홀 안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전북의 작지만 매우 유명한
국밥집 사장님이 말했다.
“요즘 손님이 좀 줄었어.
맛은 똑같은데 말이야.”
(개인적인 친분과 업무가
섞여 있는 분이라 반말을 하심.)
의아함을 가지고 주방을 가보니
좁고, 덥고, 습하고, 매우 어수선했다.
더욱이 이 집 주방은
홀 안에서 주방의 내부가 일부 보이는
주방형식이었다.
(요즘 대부분의 식당은 주방이 보인다.)
도마엔 오래된 채소 자국,
작업대는 반쯤 물에 젖은 상태
조리기구는 아무 데나
툭툭 쌓여 있었다.
또한 각종 대형조미료 통이
군데군데 가득해서
보기만 해도
손맛이 아닌 조미료맛이고
건강하지 못한 음식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원래 대부분의 식당이
가격경쟁력을 위해서
자연식, 유기농, 육수등은 꿈도 못 꾸고
조미료로 맛을 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냉동식품을 녹여서 주는 경우도
사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음식을 먹는 우리도
그 점은 알기에 가격도 납득하고
인정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식당에 갈 때는
바쁘고, 배고프고 하기 때문에 잊고 있다.
잊고 있는 서로 간의 불편한 기억을
가장 쉽게 꺼내는 경우가
정리되지 않은 주방과 식재료들이다.
벌크로 되어 있는 식재료들은
당연히 소분하여 정리가 되어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삶에도 리듬이 있고
가게 내부의 리듬도 있듯이
주방에도 당연히 리듬이 있다.
오랜 시간 일해온 관계자들은
그 주방의 비효율적인 리듬을
습관적으로 익숙한 리듬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니지 않은가...
사람은 보지 않아도 ‘느낀다.’
그리고 느낌은 매우 정확하다.
손님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이 문제없다 해도,
더럽혀진 주방상태나
벌크형 조미료통, 식재료들을
본 손님은 그 가게를
‘불편한 기억’으로 저장한다.
그렇다면 왜 주방이 엉망이 되는가?
첫째, 공간 설계 자체가 비효율인 경우에는
냉장고문이 홀 방향으로 열리고,
조리대와 재료 창고가 떨어져 있고,
세척 공간이 구석에 있어
한 명만 설거지가 가능한 경우도 많다.
결국
일을 하다 말고, 걷고, 멈추고, 돌아간다.
즉 시설적인 이유나 공간배치의 실패등으로
동선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인력 부족이나 업무시간 과중으로
항상 급하거나 게을러서이다.
바쁠수록 정리를 못 하고,
밀린 정리는 야근의 원인이 되고,
결국 “그냥 내일 하지 뭐”로 누적된다.
셋째, 사장 및 직원의 위생기준이 낮은 경우이다.
선입견이 아닌 오래된 컨설팅의 경험의 결과
오래된 요식업 종사자일 경우
오히려 위생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본인도 위생기준이 낮아서
집안의 내방 및 차량내부, 작업실,
회사 컴퓨터 주변 등이 매우 지저분하지만
잘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이 있다.
진심으로 더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처럼 사람마다 더러움의 기준이 다르다.
“이 정도는 괜찮아.”
“손님은 몰라요.”
“나만 쓰는 거니까.”
"이 자리에 없으면 내가 못 찾아요..."
하지만 그건 나만 모르는 문제다.
기억하라.
주방은 최소 하루 2번 기계적으로 정리해라.
요즘은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니
점심 장사 후 한 번은 필수이고
그때 잠깐이라도 정리하면
브레이크타임 이후의 장사에 수월하다.
수월하다는 것은 결국
노동의 효율성으로 이어진다.
그다음 마감칠 때 한번 해서 최소 2번이다.
조리기구는 고정 위치에 두고,
도구들의 이름표도 추천한다.
모든 식자재는 소비기한을 적고
기준을 잡아서 진열해야 한다.
오픈형 주방을 가게의 스타일로
활용하는 업장은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지 않는가...
주방에 대한 자신감은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과도 이어진다.
직원들끼리 말고
친분이 있는 외부사람이나 지인들에게
최대한 주방을 보여주고
주방에 관한 조언을 얻어봐라.
음식에 대한 조언이 아닌
그냥 주방 상태 및 효율에 관한 조언이다.
(물론 음식에 대한 피드백도 받으면 좋다.
컨설턴트가 못 보는 것들도
단골이나 지인은 보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본인 스스로 '남의 가게'에 온 것처럼
최대한 객관적이고 진지한 마음으로
주방상태를 지적하고 개선해 주려는
롤플레이를 해보는 것도 매우 좋다.
평생 몰랐던 인사이트를
분명히 얻게 될 것이다.
내 것, 내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제일 못 보는 경우가 정말 많다.
너무 가까운 것은
너무 가깝기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