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 신은 있는가? 없다면 왜 필요한가
카페 디알로고스에선
종교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한 적은 없다.
사실 어떠한 종교도 그 나름의 역사와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진우와 라빈이
종교가 없었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종교와 관련 있는 손님들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커피만 나가고 말이 오가지 않았다.
진우는 오늘따라
물 대신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
그건 신의 대리물이자,
인간의 오래된 위안이기도 했다.
첫 번째 손님은 토마스 아퀴나스.
두꺼운 가죽표지 책을 끌어안고 있었고,
로브 아래로 반짝이는 십자가가 보였다.
그는 의자에 앉자마자 단호히 말했다.
“신은 존재합니다.
자연, 질서, 목적성...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진우가 물었다.
“신이 있어야만 이 모든 것에 설명이 붙는 걸까요?”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인간의 이성은 유한합니다.
그러나 신은,
그 유한함 너머를 보여주는 지평입니다.”
곧이어 들어온 사람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고전적인 정장, 번쩍이는 금테 안경,
눈에는 이미 피로함이 가득했다.
“신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건 우리가 만들어낸 초자아적 아버지입니다.
무력함과 공포에서 도피하기 위한 환상이지요.”
아퀴나스가 얼굴을 굳혔다.
“그대는 신을 심리 화하려는군요.”
“아니요,”
프로이트는 와인을 들며 말했다.
“그대는 심리를 신격화하려는군요.”
그때, 알베르 카뮈가 들어섰다.
트렌치코트, 담배 냄새, 그리고 약간은 지쳐 보이는 눈빛.
담배를 쥔 그의 오른손은 왠지
펜을 쥐고 있는 그의 모습보다 더욱
어울려 보였다.
그는 와인 대신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나는 신의 존재에 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조리한 세상에서 신이 없다면,
우리는 그 공백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라빈이 조용히 물었다.
“그럼… 신이 없더라도, 인간에게 필요한 건가요?”
카뮈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은 필요합니다.
존재하든 말든,
우리가 직면한 부조리를 의미로 바꾸기 위해서.
시지프는 신을 믿지 않지만,
바위를 다시 굴려야 하니까요.”
아퀴나스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 바위가,
언젠가 정점에 이를 거라 믿습니다.
그게 ‘믿음’이죠.”
프로이트는 한 모금 마시고, 낮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 바위에 이름을 붙이고,
환상이라 정의하고,
그걸 분석한 다음...
다시 굴립니다.”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신이 있다는 말은 인간의 희망이고,
신이 없다는 말은 인간의 책임이다.’
밖에선 성당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누구의 귀에나 같이 들렸지만
모두의 마음에는 다르게 울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