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 혼자는 자유인가, 고독인가

제12장 - 혼자는 자유인가, 고독인가

by 리얼흐름

진우는 라빈이 오늘따라 말을 아끼는 걸 눈치챘다.

카페 전체에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공기가 감돌았다.

누구도 대화를 원치 않지만,

누구도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그런 날이었다.


첫 번째 손님은 소로였다.

페이드 된 셔츠, 손에 나무 조각 하나.

그는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삶의 본질만을 마주하고 싶었거든요.

고독은 나를 정리해 주는 친구였습니다.”


진우는 그가 무슨 커피를 시킬지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가며 인사처럼 물었다.

“그 고독이 외롭지는 않았나요?”


소로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사람들과 있을 때 훨씬 더 외로웠어요.”


곧이어 문을 연 사람은 니체였다.

언제나처럼 검은 외투,

무게 있는 눈빛.

그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말했다.


“고독은 필연입니다.

생각하는 자는 반드시 외따로 걷게 되어 있어요.

군중은 사유의 가장 큰 방해물이니까.”


라빈이 컵을 건네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지만 군중 속에 있어야

살아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니체는 컵을 들며 말했다.

“그건 군중 속에서 자신을 잊기 위해서지요.

잊고 나면 편하니까요.”


그 순간, 마지막 손님이 들어왔다.


카페디12소로니체바우만.png


지그문트 바우만.

회색 머플러에 작은 메모장이 손에 들려 있었다.

“오늘날의 고독은 예전과 다릅니다,”

그는 작은 노트를 펼치며 자리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제 고독조차 ‘선택지’가 되었죠.

로그아웃을 하면 혼자가 되고,

로그인하면 군중 속으로 돌아가는 세상.”


진우가 물었다.

“그럼 지금 우리는 진짜 혼자일 수 있을까요?”


바우만은 웃었다.

“혼자가 될 자유는 있지만,

혼자일 용기는 없어졌어요.

그래서 우리는 ‘연결된 고독’을 소비하죠.

댓글과 이모티콘으로 외로움을 포장하는 시대.”


소로는 조용히 말했다.

“진짜 고독은 아무도 없는 곳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는 순간입니다.”


니체는 덧붙였다.

“그리고 그때, 진짜 ‘나’가 드러나죠.”


라빈은 미소를 짓고 커피 세 잔을 가져오며 말했다.

“그래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은,

고독을 조금 덜 차갑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혼자라는 감각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고독이라 부를지,

자유라 부를지.’


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서로 닿지 않는 입자들이,

조용히 세상을 덮고 있었다.

눈은 혼자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세상을 덮고

어느새 쌓이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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