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 기억은 진실인가, 이야기인가

제13장 - 기억은 진실인가, 이야기인가

by 리얼흐름

카페의 조명은 오늘따라 조금 흐렸다.

진우는 커피를 내리며 생각했다.

‘기억이란 건, 냄새일까? 아니면 문장일까?’


첫 번째 손님은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청록색 셔츠에 손에는 작은 실험 노트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주문도 없이 곧장 말했다.

“사람은 기억을 믿어요.

하지만 나는 그걸 수백 번 조작해 봤습니다.

기억은 정보가 아니라, 재구성된 이야기입니다.”


라빈이 물었다.

“그럼 우리가 가진 추억도 거짓일 수 있나요?”


“정확히는,”

로프터스는 커피를 받아 들며 말했다.

“믿고 싶은 방식으로 편집된 현실이죠.”


곧이어 문을 연 이는 마르셀 프루스트.

고풍스러운 코트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작은 마들렌 과자가 들려 있었다.


프루스트는 밖에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 편집이야말로 인간적인 겁니다.

냄새 하나, 소리 하나에

기억은 터지듯 피어오르죠.

그건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감정의 진실이에요.”


진우는 조용히 물었다.

“감정의 진실과 사실의 진실은 어떻게 다른가요?”


프루스트는 웃었다.

“사실은 날짜와 장소로 증명되지만,

감정은 재현될 때마다 새로워지죠.

그래서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해석이에요.”


그때 마지막 손님, 롤랑 바르트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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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셔츠, 날카로운 안경테.

그는 문을 열자마자 말했다.

“기억은 텍스트입니다.

우리는 ‘나’라는 저자를 믿고 있지만,

사실 그 텍스트는 해석으로만 존재해요.”


라빈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럼... 나의 기억도,

나의 것이 아닌가요?”


바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기억을 말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기억이 아니라 이야기입니다.”


로프터스는 짧게 웃었다.

“심지어 말하지 않은 기억조차,

누군가에 의해 바뀔 수 있어요.”


프루스트는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순간들이 다시 떠오를 때마다,

그게 나였다고 느껴요.”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기억은 진실이 아니다.

그러나 거짓도 아니다.

그건 나를 설명하고 싶은 욕망의 가장 섬세한 형태다.’


카페엔 프루스트가 씹은 마들렌의

은은한 바닐라 향이 감돌고 있었다.

그 향은 누구의 기억과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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