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 진실은 존재하는가, 구성되는가
‘진실은, 아마도 말해지는 순간 사라진다.
진우는 오늘따라 손님들에게 설탕을 건네지 않았다.
사람들은 보통 설탕을 진실처럼 쓴 것으로 간주하니까.
하지만 그는 오늘,
누군가 그것을 그냥 받아들이길 원하지 않았다.
첫 번째로 문을 연 이는 플라톤이었다.
깨끗한 흰색 튜닉을 입고 있었고,
발걸음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는 인사도 없이 말했다.
“진실은 존재한다. 그것은 감각의 세계 너머에 있다.”
진우는 커피를 내리며 물었다.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수 없다면,
어떻게 존재를 말할 수 있을까요?”
플라톤은 고개를 들었다.
“우리는 동굴 속에 있다.
그림자만을 보고 진짜라 착각하는 어리석음 속에.
그러나 진실은,
그 동굴 밖 태양처럼 명료한 것이라네.”
곧이어 들어선 인물은 푸코.
검은 터틀넥, 눈매는 마치 이미 상대방의 모든 말에
반론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진실은 권력이다.
그건 시대마다, 제도마다,
권력관계 속에서 정의되는 것일 뿐.”
플라톤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대는 진실을 너무 정치적으로 보오.”
푸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진실을 너무 이상적으로 보오.”
그 순간, 수잔 손택이 들어왔다.
회색 코트, 작은 노트를 손에 쥔 채였다.
그녀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진실은 항상 해석에 의해 가려지죠.
우리는 무엇이 진짜인지보다,
무엇이 진짜처럼 보이는지를 택하니까요.”
라빈이 조용히 물었다.
“그럼 진실은 해석을 벗길수록
가까워지는 건가요?”
손택이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해석은 진실을 덧칠합니다.
이미지 시대에서 우리는 진실을 소비합니다.
진실은 사라지고, 포즈만 남죠.”
푸코가 말을 이었다.
“진실은 제도와 담론에 의존합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진실이 되지 못하죠.”
플라톤이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는 걸.”
라빈이 말했다.
“그럼 당신들의 말 중, 무엇이 진실일까요?”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밖은 동굴처럼 어두웠고,
창 밖으로 그림자가 흔들렸다.
존재가 없는 존재의 그림자인 듯
살아있기도 혹은
죽어있기도 한 것 같았다.'
커피는 여전히 쓰고 따뜻했다.
커피는 진실이지만 조금 전의 그림자는
존재를 비추다 만 허상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