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 가족은 운명인가, 노력인가?
카페 디알로고스에는 토스트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식탁을 두 번 닦았다.
이미 닦은 식탁이라는 것을 모르고
기계적으로 닦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문득 어릴 적 일요일 아침,
아버지가 신문을 읽던 풍경이 문득 떠올랐다.
첫 번째 손님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검은 양복, 약간은 피곤한 눈.
그는 여느 때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인간은 누구도 가족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무의식의 구조는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결하지 못한 자는,
성인이 되어도 아이일 뿐입니다.”
라빈이 물었다.
“가족은 치료 가능한 무의식인가요,
피할 수 없는 시작인가요?”
프로이트는 대답했다.
“그건 원형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반복하거나,
거부하거나,
흉내 내며 살아갑니다.”
곧이어 두 번째 손님이 들어섰다.
공자.
단정한 도포, 고요한 발걸음.
그는 자리에 앉아 진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족은 인의(仁義)의 시작입니다.
효(孝)가 무너지면 나라는 존재도,
사회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프로이트는 미소 지었다.
“효는 무의식적 죄책감일 수도 있죠.”
공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죄책감이 책임으로 바뀌는 것이 인간의 도리입니다.”
그 순간, 마지막 손님이 문을 열었다.
주디스 버틀러.
단정하지만 단호한 표정,
손에는 인권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가족은 구조입니다.
그러나 그 구조는 정치적 선택이며,
누군가는 그 바깥에서 늘 소외당하죠.
나는 혈연만으로 정의되는 가족을 거부합니다.”
진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가족은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건가요?”
버틀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 책임, 돌봄.
이 세 가지가 지속된다면 그것은 가족입니다.
혈연은 설명이 아니라 정당화일 뿐이에요.”
공자는 조용히 말했다.
“가족은 운명이지만,
그 운명도 인간이 완성해 가는 것이지요.”
프로이트는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완성하려 할수록,
어쩌면 더 미성숙 해질지도요.”
라빈이 진우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가족, 진우 씨는 어떻게 생각해?’
진우는 말하는 대신 노트에 적었다.
‘가족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되었지만,
그 관계를 어떻게 불러줄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카페엔 잠시 스마트폰의 울림도 없고 방문도 없었다.
가족의 정의도 많을 테지만
공간을 함께 공유해도
어색함이 없다면
그건 이미 가족이 아닐까?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지금
이 공간 안의 모두가
가족이라 느껴지는 일부 감정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