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푸코 Foucault, Jean Bernard Léon
나주역에 내리자 늦은 오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었다.
역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영산포로 향했다.
버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상점 간판들,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드문드문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들이 차창 속으로 스쳤다.
종점에 내려 골목을 걸어 들어가자, 옛 관공서로 쓰였다는 붉은 벽돌 건물이 나타났다.
벽면에는 세월이 남긴 흠집이 있고, 바람은 강했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가웠다.
진우는 건물 옆 낮은 턱에 앉아 가방에서 포장해 온 홍어삼합 도시락을 꺼냈다.
묵은지의 붉은빛, 삶은 돼지고기의 부드러운 결, 그리고 홍어 특유의 향이 바람을 타고 퍼졌다.
옆에는 유자청이 담긴 투명한 텀블러가 빛을 반사했다.
그때 길 건너에서 한 인물이 다가왔다. 검은 터틀넥, 둥근 안경, 날카로운 시선.
푸코: “너는 네가 자유롭다고 믿지?”
진우: "... 푸코 선생님?”
푸코: “하지만 너는 늘 누군가의 시선 아래 있어.”
진우: “근대화는 문명화 아닌가요?”
푸코: “문명화란 규율과 통제를 세련되게 만든 다른 이름이지.”
진우: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 같은데요.”
푸코: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지. 불편함을 마주할 수 있어야 자유도 논할 수 있거든.”
진우: “규율이라... 어디서나 있는 건가요?”
푸코: “학교, 병원, 군대, 공장, 심지어 네 휴대폰 속까지. 모두가 감시 장치이네.”
진우: “그건 과장 아닌가요?”
푸코: “네가 과장이라 느끼는 건, 이미 감시에 익숙해졌다는 증거다.”
푸코는 붉은 벽돌 건물 외벽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푸코: “이 건물, 이 거리. 다 권력의 흔적이야.”
진우: “건물에 권력이 깃든다고요?”
푸코: “공간 또한 권력의 도구이지. 사람을 정렬시키고, 흐름을 통제하고, 시선을 유도하지.”
진우: “그럼 도시 계획도 권력의 일부라는 건가요?”
푸코: “그렇지!. 권력은 단지 법이나 무력으로만 작동하지 않고 길의 너비, 창문의 위치, 벤치의 방향까지 다 계산된 결과이네.”
진우: “그건 조금 섬뜩하네요.”
푸코: “섬뜩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네 눈이 열리고 있는 순간이네!”
진우는 쪼그려 앉아 계속 의아한 듯 물었다.
진우: “그렇다면 우리는 늘 감시 속에서 사는 건가요?”
푸코: “그렇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너 스스로가 너를 감시하게 훈련됐다는 점이다.”
진우: “자기 검열이요?”
푸코: “네가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는 것부터, 말하기 전에 단어를 고르는 것까지. 감시의 내면화이네.”
진우: “그럼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가요?”
푸코: “자유란 감시가 없을 때가 아니라, 감시 속에서도 자기 길을 선택할 때 생기는 법이지.”
진우: “감시 속의 자유… 좀 역설적이네요.”
푸코: “근대란 역설로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네.”
푸코는 진우의 도시락을 힐끗 보았다.
푸코: “이건 뭔가?”
진우: “홍어삼합이에요. 홍어, 묵은지, 돼지고기를 함께 먹는 거죠.”
푸코: “냄새가 강하군.”
진우: “근데 중독성 있어요. 한 입 드셔보시겠어요?”
푸코: “규율처럼, 처음엔 거부감이 들지만 익숙해지면 그 맛을 알게 되나?”
진우: “비슷하네요. 한 번 맛보면 계속 생각나죠.”
푸코는 망설이다 홍어 대신 유자청을 한 모금 마셨다.
푸코: “달콤한 맛 뒤에 남는 쌉쌀함… 권력 같군.”
진우는 먹으려고 했던 도시락의 뚜껑을 닫으며 물었다.
진우: “그럼 이 거리도 감시의 도구였나요?”
푸코: “예전 관공서, 경찰서, 우체국… 다 권력을 전달하고 감시를 확장하던 거점이지.”
진우: “지금은 관광지인데요?”
푸코: “권력의 흔적은 형태를 바꾸어도 남지. 네 발걸음과 시선을 여전히 인도하잖아.”
진우: “그렇군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푸코: “먼저 인식이 출발이네. 감시는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지.”
길 건너에서 버스가 멈췄다. 바람이 불자 햇살 아래 먼지가 부옇게 흩날렸다.
진우는 반사적으로 도시락을 품으로 가렸다.
푸코: “감시는 끝나지 않을 걸세. 하지만 네가 그 구조를 볼 때, 너는 더 이상 단순한 피감시자가 아니게 되지.”
진우: “그 말,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푸코: “기억만 하지 말고, 네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길 바라네.”
푸코는 일어나 엉덩이의 먼지를 털고 벽돌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사라졌다.
먼지가 가라앉고 사라지는 푸코의 모습을 보며 진우는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나주, 영산포. 붉은 벽돌 아래 깃든 감시의 그림자. 홍어삼합의 강한 향과 유자청의 달콤 쌉싸름한 맛이 묘하게 어울렸다. 근대의 거리는 단지 옛 건축물이 아니라, 권력과 규율의 무대였다. 나는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시 묻게 된다.'
우물거리는 입을 따라 생각도 우물거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