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 권력은 본질인가, 작동인가
카페 디알로고스의 스피커에서
라빈이 고른 음악이 흘렀다.
오래된 첼로 연주곡.
아마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이었던 것 같다.
진우는 누군가의 명령 없이 시작된 멜로디에도
묘한 위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권력은 어디서부터 일까.”
첫 번째 손님은 미셸 푸코.
검은 터틀넥, 민머리, 그리고 굳게 다문 입꼬리.
그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권력은 본질이 아닙니다.
그건 네트워크처럼 퍼져 있으며,
억압이 아니라 생산의 메커니즘입니다.”
라빈이 물었다.
“그럼 권력은 누군가가 ‘갖는 것’이 아닌 건가요?”
푸코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권력은 병원, 학교, 가정, 언어 안에 스며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권력관계 속에서 ‘되게’ 만들어지죠.”
곧이어 들어선 손님은 막스 베버.
짙은 회색 정장, 신중한 눈빛,
깔끔한 필기구를 들고 있었다.
“권력은 강제력입니다.
어떤 이가 타인의 의지를
그 자신의 의지에 종속시킬 수 있는 가능성,
그것이 바로 권력입니다.”
진우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럼 어떤 권력은 정당하고, 어떤 건 부당한가요?”
베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전통적 권위, 카리스마적 권위, 합법적 권위,
권력은 그것을 지지하는 구조가 있어야 지속됩니다.
정당화되지 않는 권력은, 곧 폭력으로 읽히죠.”
그때 마지막 손님이 들어왔다.
조지 오웰.
낡은 트렌치코트, 깊게 파인 이마, 그리고 묘하게 피로한 눈.
“나는 권력이 인간의 언어를
조작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전쟁’을 ‘평화’라 부르고,
‘자유’를 ‘복종’이라 부르는 순간,
사람들은 통제당하는 줄도 모릅니다.”
라빈이 말했다.
“그래서 권력은 두려운 거군요.
보이지 않게 들어오는 법이니까.”
푸코가 웃었다.
“맞아요.
감옥보다 교실이 더 강력할 수 있죠.
감시는 내부화되니까요.”
베버는 한숨처럼 말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권력의 분산이 아니라,
책임의 구조여야 합니다.”
오웰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권력은 무섭습니다.
그것은 단지 ‘말’만 바꿔도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권력은 손에 쥔 채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밖에서는 누군가 확성기로 광고를 외치고 있었다.
그 광고는 누구에게나 들리지만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소음이기도 사색을 방해하기도 하는
누군가의 이기적임.
아마 그것도 그의 권력이겠지만
권력은 어느 순간
더 강한 누군가에 의해 제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