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 - 국가는 필요한가. 당신이 생각하는 국가는?

제27장 - 국가는 필요한가. 당신이 생각하는 국가는?

by 리얼흐름

진우는 카페 디알로고스의

사각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니

마치 어느 나라의 국기 같았다.

무심코 바라본 그 이미지 속에서

한 사람도 보지 못했지만,

무언가 거대한 존재의 눈을 느꼈다.

그게 국가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첫 번째 손님은 토머스 홉스.

묵직한 외투, 단정한 제스처,

마치 국가 자체가 의인화된 듯한 침착함.

“국가 없이는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속에 살게 됩니다.

그건 생존의 지옥이며,

국가는 그 혼돈에 대한 유일한 방어선입니다.”


라빈이 물었다.

“그런데 국가는 종종 폭력도 행사하지 않나요?”


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폭력을 국가에 위임하는 것입니다.

그게 ‘리바이어던’의 탄생입니다.

위험하지만, 필요하죠.”


곧이어 들어온 손님은 피에르 부르디외.

잿빛 슈트, 손엔 작은 메모장.

그는 자리에 앉은 걸 잊은 듯

서서 무언가를 적으며 말했다.


“국가는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상징적 폭력을 행사합니다.

학교, 통계, 언어, 관료제...

우리는 국가가 만든 ‘현실’ 속에서만

생각하도록 훈련받고 있죠.”


진우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럼 우리는 국가 없이 생각할 수 없나요?”


부르디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기에 가장 강한 권력은

스스로를 권력이라 인식하지 않도록 만드는 권력이죠.

우리는 국가 안에서만 ‘합리적’ 일 수 있어요.”


그때 마지막 손님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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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 촘스키.

가방 없이 들어온 그는,

준비된 듯 말을 시작했다.

“국가는 필요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민이 끊임없이 비판하고

감시할 때만 정당성을 유지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는 항상 자신을 위해 시민을 조직하죠.”


라빈이 말했다.

“국가는 보호자인가요? 관리자일까요?”


촘스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우리가 어떤 시민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무관심하면 국가는 지배자가 되고

우리가 각성하면 국가는 공공체가 됩니다.”


홉스가 동조하 듯 덧붙였다.

“그래도 무정부 상태보다 나은 악이 바로 국가입니다.”


부르디외는 불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 악이 너무 익숙한 게 문제죠.”


진우는 노트에 태극기를 그린 후

그 아래에 무언가를 적었다.

‘국가는 우리가 만든 가장 크고 가장 익숙한 허구다.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그것 없이는

더 나쁠 수도 있다는 믿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문득 얼마 전 현대사회와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카페에 왔던 플라톤이 생각났다.


누구도 자리에 앉을 생각은 하지 않고

토론과 대화의 중간을 이어갔다.

진우는 토론이 길어지자

잠시 환기를 시키기 위해 카페의 창문을 열었다.

멀리서 술에 잔뜩 취한 노인이 비틀거리며

사람들 사이를 위태롭게 지나고 있었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가끔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도 국가였고 그도 시민이었다.

국가는 그 노인을 위해

필요하지도 필요하지 않기도 했다.

결국 국가는

개인이, 사상이, 정치가, 생각이, 철학이, 이념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거대한 간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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