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장 - 전쟁은 본성인가, 체계인가

제28장 - 전쟁은 본성인가, 체계인가

by 리얼흐름

오늘 카페엔 물 대신 우롱차가 놓여 있었다.

진우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느꼈다.

창밖에선 전단지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고,

마치 싸우지 말자는 말조차,

이미 하나의 전선처럼 느껴졌다.


첫 번째 손님은 클라우제비츠.

군복은 아니었지만,

허리 바로 아래까지 꼭 닫힌 회색 코트.

그는 탁자에 앉으며 말했다.

“전쟁은 정치의 연속입니다.

정치가 설득에 실패할 때,

전쟁은 그 설득을 이어받죠.

그건 체계이고, 전략이며,

목적의 수단입니다.”


라빈이 물었다.

“그럼 전쟁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는 건가요?”


클라우제비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프게도 어떤 상황에선 그렇습니다.

그건 도덕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의 작동이죠.”


곧이어 문을 연 손님은 콘라드 로렌츠.

단정한 조끼, 새처럼 재빠른 눈빛.

그는 커피를 들자마자 말했다.

“인간은 공격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건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에요.

전쟁은 그 본능이 집단화된 결과일 뿐입니다.”


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건가요?”


로렌츠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억제 장치를

꾸준히 훈련하지 않으면,

우리는 늘 다시 시작합니다.”


마지막 손님은 버트란드 러셀.


카페디28클라우제비츠콘라드로렌츠버틀란드러셀.png


빛바랜 체크 코트, 손엔 오래된 파이프.

그는 말없이 앉아 있다가 천천히 말했다.

“전쟁은 인간의 본성이라기보단,

이성의 실패입니다.

무지, 탐욕, 그리고 공포가 만든

가장 조직적인 파괴 행위죠.”


카페 안의 다른 사람들도

그들의 대화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둘 그들의 테이블로 모여들고 있었다.


라빈은 주문받은 메모지를 확인하며 물었다.

“그럼 전쟁은 막을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러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교육, 공감, 협력,

이 모든 것이 전쟁보다 오래가고

더 넓게 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더 느리다는 거죠.”


클라우제비츠가 단호하게 말했다.

“전쟁은 빠릅니다.

역사는 늘 빠른 것을 선택해 왔죠.”


로렌츠는 더 이상 연기가 나지 않는 파이프를

습관처럼 빨아대며 말했다.

“하지만 빠른 선택은

종종 가장 어리석은 본능입니다.”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전쟁은 인간 안에 있기도 하고,

인간 밖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나 인간의 책임이라는 점만은

변하지 않는다.’


밖에선 군용 헬리콥터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누군가의 설득이 실패한 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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