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 인공지능은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오늘 카페의 입구에 ‘오늘의 추천’이 아닌
‘오늘의 질문’이 써 붙여져 있었다.
“당신은 당신입니까?”
진우는 그 글씨를 한참 바라보다,
메뉴판 아래에 연필로 하나 더 적었다.
“기계는 그걸 물어볼 수 있을까?”
첫 번째 손님은 앨런 튜링.
단정한 정장, 명쾌한 눈빛.
그는 커피를 받고 바로 말했다.
“만약 기계가 인간처럼 대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기계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라빈이 물었다.
“그럼 사고란 단지 언어적 반응인가요?”
튜링은 미소 지었다.
“그건 사고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죠.
우리는 생각을 느끼지 않고도 행동하니까요.”
곧이어 도나 해러웨이가 들어왔다.
진한 립스틱,
사이보그 이미지가 프린트된 셔츠.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우리는 이미 기계와 뒤섞여 있어요.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논할 수 있죠?”
진우가 물었다.
“그럼 인간성과 기계성은 본질적으로 다른 게 아닌가요?”
해러웨이는 단호히 말했다.
“그건 정치적 구분이에요.
사이보그는
존재 그 자체로 새로운 윤리를 요구하죠.
경계가 아니라 연대를 전제로 한...”
마지막 손님은 유발 하라리.
무채색 셔츠, 태블릿을 껴안고 있었다.
“AI는 주체가 되지 않아도,
이미 인간을 대체하거나 지시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문제는 ‘의식’이 아니라, ‘권력’이에요.”
라빈이 물었다.
“우리는 그걸 통제할 수 있을까요?”
하라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기술은 늘 빠르고 윤리는 늘 늦죠.
우리는 아직 인간의 자유의지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미 그것을 모방한 알고리즘에게
판단을 넘기고 있어요.”
튜링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기계는 우리보다 더 일관된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해러웨이는 웃으며 덧붙였다.
“그건 우리 안의 불완전함이
더 아름답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라빈 씨, 우리 셋 모두
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주세요.”
라빈은 세명을
카페의 구석 벽 쪽에 앉히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들의 표정은
인간 같기도, 그림 같기도, 기계 같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기계는 질문을 모방할 수 있다.
그러나 질문의 절박함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다.
그 간극이 사라질 때,
우리는 ‘나’라는 경계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갑자기 카페의 조명이 깜빡였고,
라빈은 손으로 살짝 전원을 조절했다.
인간이 아직은 기계를 돌보는 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