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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돼

이불 속에서 찾아낸 나의 작은 회복

by 다섯빛의 온기

아침에 눈을 떴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이었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여덟 시도되지 않았다.

주말이라 더 자도 되는데, 이상하게 아까웠다.

‘아이, 오늘은 주말이잖아...’

그 생각이 들자마자 묘하게 마음이 허탈해졌다.

평일엔 그렇게나 무겁던 눈꺼풀이 주말엔 이상할 정도로 가벼워진다.

회사에 갈 때는 알람을 수도 없이 끄면서, 쉴 수 있는 날엔 알람이 필요 없다.

‘이상하지.
평일엔 그토록 더 자고 싶으면서,
왜 주말엔 이렇게 일찍 깰까.’


회사를 가던 날마다 침대와 이불은 나를 꼭 붙들고 있었다. 시계는 계속 앞으로 가는데, 내 마음은 늘 주말에 멈춰 있었고 몸은 도저히 따라 주지 않았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는 작은 ‘퇴사본능’이 숨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침대 위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주말에도 내 마음은 출근 중인 것 같다고.

몸은 누워 있는데, 마음은 이미 회사 복도를 서성이고 있는 듯했다.

단순히 일이 싫어서라기보다, 일에 갇힌 나가 싫어서였다.


“회사에 가기 싫다”는 말 뒤에는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점점 ‘일하는 사람’으로만 남아갔다.

주말에 눈이 일찍 떠진 건, 어쩌면 그 마음이 만든 작은 경계음이었을 것이다.


가끔은 쉬고 있는데도 쉬는 것 같지 않은 날이 있다. 놀아도 마음이 더 불안하고,

‘이 정도면 충분한가?’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묻게 되는 날.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쌓이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예민해지는 날.

그럴 때일수록 내 감정 하나라도 제대로 돌보는 것이 먼저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버틴 나를 위해


쉬는 게 뒤처지는 것 같아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 같아도

그 '쉬어낸 하루'가 다음 날의 나를 살린다.

그러니 오늘의 느린 속도도 실패가 아니라 회복 중이라는 걸 잊지 말자.


“이제 좀 쉬어도 돼.”


오늘은,

그동안 회사에서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자.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유난히 따뜻했다.

그 빛에 얼굴을 대며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오늘은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돼


이불속은 여전히 따뜻했고, 창밖 햇살은 투명하게 쨍했다.

조금만 더 누워 있어도 되겠지.

오늘은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한 토요일이니까.


나는 나에게 작은 선물을 주기로 했다.

나를 제일 좋아지게 만드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오늘만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모카를 허락하기로 했다.



[엔딩 크레딧]

(자막 제공: 주말 모드)
(협찬: 이불의 포옹력,
그리고 회복 중인 에너지


[ 작가 코멘트 ]

감기몸살로 며칠 쉬느라 연재가 늦어졌습니다.
토요일 커피 대신, 따뜻한 한 스푼의 위로를 내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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