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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Sep 19. 2023

초심을 잃지 않고 요가 중이다.

100일의 글쓰기 - 14번째

오늘로 요가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사실 처음이다. 내가 어떤 운동 한 가지를 1년 이상 꾸준히 해온 것이. 요가원에 매일 간 것은 아니지만, 1년이라는 시간 속에 조금씩 요가를 새겨왔다.


  무언가를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진 유일한 일관성이었다. 나에게는 항상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러한 내가 맞이하는 요가 1주년이라니, 감회가 남다르다.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참 싱겁다. 작년 이 맘 때쯤 집 근처에 요가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건 생각보다 신기한 일이었다. 우리 동네는 번화가도 아니고 오래된 빌라들만 즐비한 곳이라 그 흔한 헬스장도 없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오픈하면 망할 것 같은 딱 그런 곳에 요가원이 생긴 거다.


  원래 나는 요가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맹세코 내가 요가를 하는 상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요가와 필라테스의 차이조차 알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내 눈앞에 요가원이 생긴 것이다. 정확히 요가원은 동네 입구에 있었다. 출퇴근길 나는 항상 이곳을 지나갔다.


  하루 두 번 나는 강제적으로 요가원 창문에 걸린 오픈 현수막과 마주해야 했다. 투박한 디자인 속에 담긴 강렬한 문구. 오픈 특가 이벤트 선착순 어쩌고. 프로 등록러인 나로서 이건 못 참지 싶었다. 더구나 다시 오지 않을 혜택이라며 엄청 강조하고 있었다. 어머 이건 무조건 사야 돼! 아니 등록해줘야만 했다.


  그런데 내가 누구인가? 운동에 있어서 초심 따위는 작심삼일도 못 채우고 날려버리는 사람이 아니던가? 나의 운동 인생을 되짚어 봤다. 수많은 세월 나는 숱하게 헬스장에 등록을 해왔었다. 처음 며칠은 배운 대로 운동하다가, 그 뒤 며칠은 러닝만 뛰고 오다가, 이후로는 아예 가지를 않았다. 헬스장 사장님들이 애타게 찾는다는 최우수 고객님 아니 호갱님이 바로 나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인생은 단순하지 않고 마치 교통사고와도 같아서 100:0은 없다. 내가 헬스장에서 운동을 꾸준히 못한 것이 백 프로 내 과실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헬스장은 내가 가기 귀찮을 정도의 거리에 있었거나, 운동기구가 좀 낡았거나, 트레이너 쌤이 좀 무섭게 생겼거나, 샤워장이 좀 좁았거나, 하다 못해 틀어주는 음악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아무튼 헬스는 나와 안 맞았다.


  대책 없는 자기 합리화는 나를 그리고 내 지갑을 설득해 버렸다. 이 정도로 가까운데도 안 가면 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다시 오지 않을 저렴한 가격인데 이걸 놓친다면 나는 인생에 딱 세 번만 온다는 큰 행운 한 번을 놓치는 것이다. 이렇게 갖가지 생각들을 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요가원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손을 합장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나마스떼!


  그렇게 나는 1년 동안 매트 위에서 수련을 해오고 있다. 요가는 하면 할수록 나에게 꼭 맞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호흡에 집중하면서 몸과 마음 모두에 귀 기울이는 운동이어서 좋다. 무엇보다 그동안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숱하게 도전은 했지만 늘 초심을 잃고 무너졌는데 요가만큼은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쩌면 내 평생의 반려 운동으로써 영원히 함께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매트 위에서 나를 들고, 나를 듣는 시간을 통해 몸도 마음도 조금씩 더 건강해지고 있다. 요가는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초심을 지키게 해 준 운동이 되어 주었다. 심지어 요가 동작에서도 그렇다. 1년 전 매트 위에 서던 첫날과 다름없는 뻣뻣함을 아주 뻔뻔하게 유지 중이다. 그래, 이런 것도 초심이라고 굳건히 지키고 있구나.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내 몸도 유연해지겠지?




*사진출처: Photo by Indian Yogi (Yogi Madha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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