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들을 위해 함께 울어줄 때이다.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며

by 천세곡

안타까운 사고나 끔찍한 참사가 날 때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남겨진 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당한 고통 앞에서 유독 차가워지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절대적인 것으로 신봉하며 타인을 비판하기에 바쁘다.


아픈 일 뒤에는 늘 남겨진 자들이 있다. 사망자들의 유가족, 실종자의 가족, 그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들이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비판이라 할지라도 이들이 당한 아픔보다 더 우선시될 수는 없다. 우리는 이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맞닥뜨린 사람들이다. 믿기지 않는 소식에 이미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겪고 있다. 거기에 실종자들의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또 어떠한가. 돌아오지 않는 자녀, 연락이 되지 않는 연인과 친구를 찾아 헤매느라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생존자들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피해자로 바라봐 주어야 한다. 앞에서 사람이 깔리는지도 모르고 "밀어 밀어"라고 외친 사람들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 전까지 마녀사냥은 금물이다. 참혹한 현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또 살려내려고 발버둥 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남겨진 자들이 겪게 될 고통은 깊기도 하지만, 길기도 하다. 대형 사고로 인해 희생자의 가족들이나 생존자들은 심한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질 만큼 시간이 흐를지라도 남겨진 자들의 가슴에 깊이 패인 상처는 아물지 못한다. 시간도 약이 되지 않는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할 망정 더해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해서 남이 당한 불행 앞에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사고를 당한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한다. 의견을 내는 것은 자유지만 남겨진 자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잠시 넣어두고 그들이 충분히 아파하고 슬퍼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물론,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원인규명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모두가 각자의 생각대로 섣부른 판단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그 일의 책임자들에게 맡겨둘 필요가 있다. 단 며칠 동안만이라도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처럼 애도하고 조의를 표하는 것이 맞다.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낸 이들이 그 무게를 가장 많이 지며 오늘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겨진 자들이 계속 짓눌리지 않도록 우리는 그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도와야 한다. 지금은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라, 함께 울어줄 때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치이는 자'에서 '치우는 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