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그렇지만 매일 2번 클렌징오일

수필: 내가 해야하는 루틴을 철저히 지켜야겠다.

by 후드 입은 코끼리

아침마다 나는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지루함은 나를 나른하게 만들고, 귀찮은 기분을 덧붙인다. 결국 침대 속으로 다시 파고들어 이불을 끌어안게 된다. 내 냄새와 포근한 이불의 향이 섞이는데, 가끔은 숙취가 남은 듯한 희미한 냄새가 나에게 더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게으름 탓에 일어나 씻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천천히 일어나 가장 먼저 해야 할 루틴인 클렌징 오일로 얼굴을 닦기 시작한다. 얼굴을 클렌징하면서 콕콕히 박혀 있던 피지가 알알이 나오면 상쾌하다. 매일 두 번이라도 이렇게 피지를 닦아내지 않으면 얼굴이 얼룩덜룩해진 듯한 기분이 들고, 그 기분은 상당히 불쾌하며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최대한 오일 앞으로 가서 여섯 번 펌프질을 하며 아침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날에는 클렌징폼으로만 얼굴을 닦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면서 어딘가 퀘퀘한 냄새가 남는다. 결국 침대에 다시 누워 이도 닦지 않고 잠이 든다.



그 잠들어 사라진 순간 속에는 온갖 판타지와 환상이 가득 차서 나를 감싼다. 꿈을 마치 실과 바늘로 한 땀 한 땀 이어붙이듯 말이다. 이음새 없이 이어가다 보면 나는 어느새 깊은 잠결에 빠진다. 꿈속에서, 몽상가와도 같은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사랑으로 덮인다. 햇빛은 노랗게 바스락거리고, 나는 그마저도 피하며 일어나지 못한다. 결국 두 시간이 지나 두통이 덮쳐야 일어날 수 있다. 그러고 나서도 글을 쓰며 미련을 남긴다. 이렇게 완벽한 꿈을 꾸었는데 육신이 버티지 못해 깨어나야 했다며 자책한다. 그렇게 꿈 일기를 쓰다 보면 몽글몽글한 피지가 코끝에 모인다. 그제야 나는 확실히 클렌징 오일로 얼굴을 닦아낼 필요성을 느낀다.



천천히 침대에서 나와 방문을 열고 엄마 방의 화장실로 직행한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무거운 느낌이다. 삐죽 나온 코와 둥글지 않은 입술, 그리고 피부결이 거칠어져 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내 얼굴이 그나마 일반인 중에서는 괜찮은 편이 아닌가 하는 자화자찬에 빠진다. 이 모든 생각이 약 5초간 머릿속을 채운다. 이제 클렌징 오일을 펌핑하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꼭 숫자를 입으로 세어야 주저하지 않고 얼굴을 닦을 수 있다. 오일로 문지르다 보면 껴 있던 찌꺼기들이 삼겹살 기름처럼 주르륵 흘러나온다. 마지막으로 유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적은 양의 수돗물을 얼굴에 뿌린다. 찹찹 소리를 내며 얼굴을 두드리고 문지르고 헹구다 보면 세수가 끝난다. 그렇게 일어나고, 그렇게 잠들어간다.



오늘 하루를 시작할 기회를 얻었으니, 이 하루를 망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이렇게 또 글을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다가 마무리하며 또 오일클렌징하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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