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하리라 9년의 안정성과 사랑을

소설로써 다시 한번 글을 써본다면

by 후드 입은 코끼리

21살의 어린 나이에 만난 첫사랑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가득한 설렘은 마치 솜사탕보다 달콤했고 핑크빛 장미보다 더 붉었다. 그런 사랑을 만난 건 한복판의 도심 속이었다. 정이의 사랑은 그렇게 다가올 줄 몰랐다. 그저 사랑은 멀리서 누군가의 외침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특히나 사랑은 연인으로 발전하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서만 보였다. 그러나 정이에게 사랑을 외쳐준 그가 다가서자 꽃이 되고야 말았다. 그것도 할미꽃에서 나팔꽃으로 말이다. 부 욱 부 욱 소리를 내면서 꽃이 되었다.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정이에게 어린 나이로서 느껴지는 감정은 터무니없이 길어지고 깊어졌다. 사랑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와 비슷했다.그 사랑을 간직하고 싶어서 소중히 대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 되고 말았다. 21살의 여린 나이에 커피 한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헤어진 나날도 있었다. 그때의 추억으로 돌아서면 정이는 당당할 수 있을까 싶다.


21살은 20살이 지나자마자였기 때문에 제각각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나이었다. 키는 더 이상 크지 않았고 어리숙한 성인이 되고 말았다. 성인으로서 살아간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나이는 먹었지만 감정에 서툴렀고 돈도 벌 줄은 알았으나 제대로 사용할 줄 몰랐다. 그저 갖고 싶은 물건에 하나하나 사기 일념에 바빴다. 그런데 사랑을 어찌 알았으리라. 정이의 사랑은 단순했다. 그저 두근거리는 마음이 향해지면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틋함을 닮고 싶었다. 정이의 사랑은 그래서 넘보지 못할 만한 사람도 보기도 했지만 담벼락도 넘기지 못하고 떨어진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정이는 그렇지 뭐 하면서 털썩 정이의 꽃치마를 풀어재꼈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 끝에 만난 사람이었다. 그는 핸섬한 사람이었다. 마음 나누기 편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말이 잘 통했다. 그가 좋아하는 작은 취미 하나도 나에게 거슬리지 않았다. 그의 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도 따스해 보였기에 정이에게 넘어올 사람처럼 보였다.


정이는 나팔꽃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에게 계속해서 피리를 불었다. 피리를 불 때마다 그는 의아해 보이는 모습으로 정이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꿋꿋이 정이는 피리와 장구를 치면서 그의 미소를 보려고 노력했다. 성공하는 날에는 잠을 자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패하는 나날들이 많았다. 그의 주변에는 이상하게도 여자가 많았다. 정이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너무나 많았다. 경쟁자들이 들어선 것이다.


경쟁자들을 밀어붙이기 위해 정이는 특별한 장기자랑을 내보였다. 그것은 바로 탭댄스였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사실이다. 사람들 보는 광장 앞에서 정이는 크나큰 축제를 열었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구애의 춤을 펼친 것이다. 화려하지만 소소하게 발장구를 맞춰나가면서 정이의 장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심심한 표정으로 정이를 보았다. 아 망했구나 역시. 이렇게 여자는 소소한 것이 좋았던 것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끝나고 하는 말은 정이에게 가슴속에 목련 하나가 피고 지었다

"왜 춘 거야? 너무 귀여웠잖아"


왜 춘 거라니 당신을 위해서 춘 거고...... 정이를 귀엽게 봐줬다니 너무나 싱그러운 대답이었다. 정이를 예삐 봐준 것이 너무나 행복했던 것이다. 그래서 목련이 활짝 지었다가도 금세 졌다. 정이는 그런 그의 태도에 왈가왈부를 하는 시기였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그의 사랑이 더 이상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속단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이의 대상이었고 나는 보잘것없는 대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이는 쉴 새 없이 걸었다 양재를 넘어 매봉고개를 넘었다. 어느새 도곡과 대치까지 다 달았을 때 정이 뒤에 그가 있음을 짐작해서 돌아봤다. 그는 정이 뒤를 쫓아왔던 것이다.


그가 넘겨준 장미 한 송이. 그는 정이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정이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너무나 놀라버렸다. 이렇게 사랑이 시작할 수 있는 것인지 몰랐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날 일이 정이에게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그의 꽃이 정이에게는 뿌리가 붙어버렸고 그것이 평생 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 큰 짐작이 어떻게 확신으로 가져갔을까? 정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안겨주었다. 정이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복이라면서 큰소리를 쳤다. 그 큰소리에 그러나 아무도 말대답하지 않았다. 정이의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 정이는 그렇게 자신의 애인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정이는 사랑받는 일도 좋아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그 사랑을 보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 자신 또한 사랑했다. 그 사랑은 현대사회에 흔하게 보이지 않았던 사랑이었다. 정이는 정말 참된 사랑을 한 것이었다.


탭댄스의 승부가 이렇게 클 줄 누가 알았으랴? 정이는 과거의 자신이 생각날 때마다 발버둥 쳤지만 그래도 승자는 승자였다. 정이의 즐거움은 실없는 탭댄스로 피어났다. 그리고 정이는 생각나는 날마다 탭댄스를 연마했다. 그리고 그의 애인에게 보여줄 때마다 그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했다. 정이는 그런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모든 나날을 사진을 찍어서 보관했다.


정이와 그는 시간이 지나서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다. 10년 차가 되던 해였다. 이제는 그만 결혼해야지 성화를 부리던 부모님에 의해서 결혼을 한 것이다. 정이는 그렇게 분홍색 장미꽃잎을 닮은 하얀 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정이의 구두는 분홍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정이의 애인은 그런 정이의 모습에 한번 더 웃음이 나왔다. 첫사랑이 끝사랑까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 포인트를 줄줄 아는 정이의 애인은 정이를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30년이 지나고 나서 지금 본다면 너무나 어릴 적에 있었던 사랑이야기다. 누구나 가진 할만한 사랑을 정이는 거대하게 풍선처럼 부풀려서 말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이의 심장은 그렇게 전달하라고 명했기 때문에 그리 말한다. 아줌마가 되어서 사랑이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시점이 되어버렸다. 정이의 아이들은 벌써 20살이 되었고 정이의 뿌리는 더 이상 장미꽃의 뿌리가 아니었다. 그와 함께한 지 10년도 넘고 20년도 넘어버렸다. 그리고 정이에게는 그를 닮은 아이들이 둘이나 있다. 둘은 꼭 정이를 닮았다. 정이처럼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엿쁘게 그들은 대학을 다니고 있다. 22살짜리와 25살짜리 아이들한테도 사랑이 찾아올 나이가 된 것 같다. 언젠가 정이의 아이들에게 꼭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라고 전하고 싶다. 장미가 넝쿨로 변하고 담장을 기어서 올라가다가 호박이 될 수도 있다고. 그러면 그 호박을 잘게 잘라서 먹으면 달콤한 양식으로 되리라고. 오늘은 딸아이가 집에 일찍 들어왔다. 얼굴에는 화색이 넘쳐흘렀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걸고 나오니까 오늘은 무슨 날이 온 것 같다는 짐작이 든다. 조금 있다가 정이의 넝쿨과 함께 딸아이의 손을 잡으며 말해주고 싶다.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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