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속 휴대폰 풍경
가운데 칸 열차 풍경 스케치
발가락처럼 꼼지락꼼지락
조신하게 나란히 누운 크레파스
독특한 색상 생경한 듯 익숙하다
때론 하나처럼 또 때론 따로따로.
허겁지겁 올라 탄 휴대폰들 또한
무지개 일곱 색으론 그래서 택도 없다.
셋째 칸 열차 속 가지런한 파스텔들처럼
보라(purple)는 아까부터 게임과 첨벙 대고
훤칠하게 큰 노랑은?
카톡 사연 엄지로 주거니 검지로 받거니
뒤질세라 녹색 역시 SNS 여념이 없다
와이파이 터졌다며.
한껏 멋 낸 주황 드라마 삼매경이고
시무룩 심각하기까지 한 체.
휑하니 돌아 앉은 새침데기
웬 수다가 그리 긴지, 분홍조차.
그렇게 비껴 간 인연
다음 역을 향해 꾸역꾸역 떠밀고 떠밀리고.
잔글씨 힘들게 좇아 나선 희끗한 회색
돋보기 걸쳤어도 괜스레 짜증이 방해를 한다
저쪽 모퉁이 한 켠, 바싹 마른 갈색에겐
이마까지 걸쳐 올린 안경이 제격이라.
가물가물 죽인 세월 아련해하며
스쳐간 역 이름만 애꿎게 미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