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고 아니며 아니다
벚꽃 눈, 진달래 비, 목련 서리
예보(豫報)가 눈치 채질 못할 수밖에
검 붉게 모인 구름 손바닥만 하고
저만큼 서쪽 녁 바람 또한
힐끗힐끗, 노릴 틈새 못 찾고 말았으니.
주룩주룩 쏟아붓는 한여름 소낙비도
보낸 님 애닯아 그리운,
추억만 먹는다는 팔랑팔랑 가을 비도
'함께' 라는 그 약속 시리게 놓으며
서리와 뒤엉킨 겨울 비 조차
아니고, 아니며, 아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얇은 분홍 갈아입는 가 싶었는 데
선물을 준다, 벚꽃이,
찐하게 붉지 않은 분홍빛 진달래 손짓과
넓적하니 마음씨 좋은 목련 꽃잎까지
사뿐히 내려앉아서는.....
눈인양 새하얀 벚꽃잎
우윳빛 목련 잎새 동글동글 서리처럼,
석양 닮은 진달래 붉은 잎 비 되어
겨울도 아닌, 여름 또한 아닌
익어가지만 아프게 떠나야 할 가을도 아닌,
새 봄에
꽃비로 흩날릴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