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고 녀석 참! #4
잠시 햇살 좀 맞을게요, 왜가리!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사는 곳 바로 옆이 학의천(川)인 게요. 천변에는 꼬물꼬물 생명들이 이웃하자며 난리이고요. 나만 괜히 착각하는 건 아니길..... 입장료 따로 지불하는 것도 아니고.
한껏 물이 올라서는 오가는 우리에게 진짜 '녹색'은 이런 겁니다 라며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레파스로 풍경화 그리던 시절 맘껏 칠해 봤던 그 색(色)의 순수를 이름 없는 풀들, 나무, 꽃들이 나서서 선물이라며 누리랍니다.
다 알 순 없고 말고 지요, 우리는. 하지만 하늘은 일일이 제내들 이름 불러주며 살갑기 그지없이 대해 주거든요. 누구도 대신 못하는 저들만의 몫 꼬박꼬박 잘하고 있다며 토닥이니 예쁜 춤으로 산들산들 보답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냥 '풀'이라고만 알 뿐이니 미안하고 말고이지요. 겨우 안다는 게 토끼풀, 강아지풀, 민들레....... 정도, 창피합니다.
그리 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학의천을 흐르는 물 또한 얼마나 고마운데요. 온갖 잡탕들 싫다 않고 깨끗하게 정수시켜 살려내거든요. 팔뚝만 한 잉어들 천적 없이 맘껏 헤엄쳐 다니는 걸 보면 흡사 큰 천연 연못 같습니다.
개천 위 파란 하늘은요? 힘차게 날아 올라 존재감 드러내는 각종 새들, 맷 비둘기, 까치, 비둘기, 쪼그마한 참새들 까지 저들 세상이 됩니다. 새 이름 알고 있는 수준이라고 별반 다르겠습니까? 아쉬울 뿐입니다. 이름 몰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어린 시절 논둑에서 봤던 것 같긴 해요. 왜가리(?), 재두루미(?)...... 기억이 맞길 바랍니다. 자신은 없지만. 녀석들이 천변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우리에게 '여기도 좀 봐주세요!' 라잖습니까? 자태 뽐내며.
더 가까이 다가가 친한 척 좀 해 볼랬더니 무서웠을까요?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그 큰 날개 힘겹게 펼쳐서는 훌쩍 날아 가버리더라니까요.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야속하게 그날은 다시 보질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따금씩 녀석들이 모습을 비출 때면 이웃으로 더불어 살겠다는 의미잖을까요? 떡 줄 놈은 눈곱만큼도 그리 생각 않는 데 오지랖 넓은 나만 먼저 김칫국 마시는 건 아닐지......
그래도 "고마워,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