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시즌 中 '여름'
[3장-(2)]
기태, 연재 서로 어색하게 계속 술을 마신다.
이든, 눈치 보며 따라 마신다.
이든 취할 것 같은데.
기태 나도.
연재 나도.
계속 술을 마시는 셋.
이든, 힘들다.
이든 나 더 이상 안 될 거 같은….
기태 (동시에) 마셔!
연재 (동시에) 마셔!
이든, 원샷 한다. 머리가 어지럽다.
기태와 연재 싸운다.
기태 내가 재밌어?
연재 왜 갑자기 시비야?
기태 별 거 아니라며.
연재 뭐가 별 거 아닌데?
기태 내가 여기 오는 거 알면서도 그런 얘기 해?
연재 뭐 기대라도 했나봐?
기태 기대? 그래 기대 했다!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연재 그때처럼 깽판 한 번 쳐 보지 그래?
기태 너라면 눈 안 돌아가겠냐?
연재 앞뒤 상황 파악도 없이 들이대는 게 자랑이야?
기태 네가 딴 새끼랑 놀아났잖아! 돈이 그렇게 좋든?
연재 뭐? 돈?
기태 그래 돈! 왜? 내가 백수라서 성에 안 차?
연재 말 그런 식으로 하지 마. 그리고 네가 생각한 그런 거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기태 그 새끼가 준 시계 받자마자 내가 준 시계 풀 더만?
연재 그건….
기태 됐다 그만하자.
기태, 일어난다.
이든, 같이 일어난다.
연재 어디 가?
기태 담배 피러.
연재 아직도 안 끊었냐?
기태 뭔 상관이야?
기태, 퇴장.
이든, 서 있다.
연재 너도 담배 펴?
이든 아니.
연재 그럼 앉아.
이든 응.
소파에 앉는 이든, 연재의 눈치를 본다.
이든 연재 언니….
연재 왜?
이든 기태 오빠랑….
연재 ….
이든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연재 미안.
이든 나 도와준다며?
연재 도와주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 그리고 지금 난 아무 감정 없으니까 걱정 마.
기태랑 잘 해봐. 응원해.
이든 그게 아니라…. 언니랑 나랑은 비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연재 왜?
이든 친하니까.
연재 너랑 나랑?
이든 응, 언니랑 나랑. (사이)아니야?
연재 응.
이든 우리 안 친해?
연재 응.
이든, 충격에 빠진다.
막걸리를 통째로 마신다.
이든 술 참 쓰다. (사이) 난 아무것도 남은 게 없구나.
아라, 등장.
이든, 울며 아라에게 안긴다.
이든 언니, 인생이 왜 이렇게 써요?
아라, 이든을 달래며 들여보낸다.
연재 (손목시계를 보며) 눈치 채셨겠지만 기태가 준 거에요.
알바해서 겨우 샀다며 생색을 내는데…. 받고도 기분 나쁜 선물이었어요.
아라 ….
연재 내 시계는 한 시간이 느려요.
아라 연재 씨 시계도 망가졌나요?
연재 (사이) 아뇨. 사실 제가 일부러 한 시간 늦게 맞춰 놓은 거예요.
시간을 확인할 때 마다 한 시간씩 더하려고.
아라 힘들게 왜요?
연재 별 이유 없어요. 그냥…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기태 생각이 나니까?
괜히 한 시간 빨리 맞춰 보기도 했어요. 어차피 기태 생각나는 건 똑같으니까.
나름 저 바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생각하는 것도 시간 내서 생각해야 되요.
일에 치이는 차가운 도시 여자? 멋있지 않아요? (웃다가) 미안해요, 재미없죠?
아라 (사이) 네.
연재 이상한 날이네요. 갑자기 여행을 왔고, 폭우가 오고, 산사태가 나고, 귀신에 홀리고…
아니 마법에 빠지고, 기태를 다시 만나고….
다시 보지 않길 빌었어요. 기태는 내 기억 속에서 거지같은 남자로 살아 가길 바랬거든 요.
아라 기태 씨가 많이 잘못 했나 봐요?
연재 (사이)‘연재씨한테 어울리지 않는 손목시계네요.’ 새 손목시계를 선물해 준 남자가 나에게 했던
말이에요.
지금처럼 폭우가 쏟아지던 저녁에 그 남자가 우산을 씌워주며 저에게 손목시계를 선물 해줬어요. 고급진 케이스에 들어 있는, 새하얗다 못해 눈이 부시는 시계였죠.
그에 반해 내가 차고 있는 손목시계는 검정 가죽이 헤져 안 쪽 갈색 살이 보였어 요.
그 갈색 살이 보이는 게 내 살을 보이는 것처럼 부끄러웠어요.
(사이) 난 내 시 계를 가리려고 안간힘을 썼죠.
‘한 번 손목에 걸어 봐 줄래요?’ 그 남자가 저에게 다시 말했어요.
나도 모르게 내 검정 가죽 시계를 풀고 하얗게 빛나는 시계를 내 손목에 걸었어요.
얇은 시계 줄을 따라 내 얼굴이 보이고 내 눈이 보였어요. (사이) 맞아요, 나 많이 흔들렸어요.
‘잘 어울리네요. 다행이다. 많이 고민했어요. 연재씨한테 어떤 시계가 어울리나.’
내 왼 손에는 빛나는 시계가 날 환하게 비추고 있고, 오른 손에는 헤진 시계가 비를 맞고 있었어요. 눈물이 났어요. 그 남자에게 고마워서. 그래서 기태한테 미안해서.
(사이) 내가 시계를 빠르거나 느리게 맞춰서 기태 생각을 한 것 보다 기태 생각 이 더 나더라고요. 좋아해서,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미안해서, 그냥 미안해서 계속 생각이 나는데….
아라 죄책감이 들었겠네요.
연재 (사이) 맞아요.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 남자가 준 시계를 풀고, 기태가 준 시 계를 다시
손목에 걸었어요.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아라 다행이네요.
연재 다음 날 기태가 회사에 찾아와 난리를 치고 갔어요. 그 남자랑 같이 있던 걸 봤나 봐요.
아라 저런.
연재 전 한동안 회사에서 외톨이가 됐죠. 지금은 다 괜찮아 졌지만.
아라 기태 씨와 그 때?
연재 네. 끝맺음 없이 끝이 났어요. 기태한테 오는 연락을 다 씹었거든요.
아라 힘들지 않았어요?
연재 힘들었죠. 기태를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다는 게.
그리고 그 순간부터 제 기억 속에서 기태는 거지같은 사람으로 살고 있죠.
아라 ….
연재 난 이미 마음이 없었나 봐요. 죄책감이 사라지니까 편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시 기태를 만난다고 하니까, 느리게 가던 내 시계를 다시 차게 되더라고요. (사이)나 그때가, 기태랑 함께하던 그 때가 많이 행복 했었나 봐요.
아라, 연재를 말없이 본다.
아라 나가봐요.
연재 그래야죠.
아라 행복을 다시 찾아야죠.
연재, 일어난다.
연재 찾을 필요 없어요. 그 때, 그 시간 속에서의 기태랑 행복했던 거잖아요.
(벽에 걸린 시계를 가리키며) 멈춘 시계 바늘일 뿐이잖아요.
연재, 나간다.
아라, 멍하니 창가를 본다.
이든, 일어난다.
아직 술에 취해 있다. 속이 좋지 않다.
이든 내 이 썅년놈을 다 그냥….
이든, 토할 곳을 찾다가 시계들을 본다.
시간이 멈춰 있다.
이든 언니, 이 시계들은 왜 다 멈춰 있어요? 장식용이라 그런가?
아라 중요한 시간이라 그래요.
이든 무슨 시간이요? 다 돌아가면 예쁘겠다. 소리도 좋고. 똑딱똑딱.
아라 똑딱똑딱.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
이든 네? 뭔 소리요?
아라 시계가 돌아가면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소리에요.
이든 언니도 많이 취했구나?
아라, 벽에 걸린 시계들을 차례로 가리킨다.
아라 오후 3시 23분. 이 작업실에 온 첫 날 승현 오빠랑 짐정리하고 같이 소파에 앉아 있던 시간이에요. 오후 5시 55분 오빠랑 마당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시간.
밤 11시 30분. 5주년 축하 파티 한 날의 시간이에요. (회중시계를 보여주며) 이건 그날 남편이
선물로 준 것.
오늘 하루, 난 이 시간들마다 똑같은 행동을 해요. 행복했던 순간을 반복해 행복을 찾는 거죠.
정해진 대로.
이든 오, 시간을 기념하는 거예요? 낭만적이다.
(회중시계를 보며) 회중시계는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데요? 많이 느린 거 같긴 하지만.
아라 이든 씨랑 기태 씨, 연재 씨가 오고부터 조금씩 돌아가요.
이든 우리가 특별한 사람들인가 봐요? 아니다. 특별할 것도 없다. 그냥 우연일 뿐.
(웃으며) 그럼 이 회중시계는 몇 시에 있었어요? 언제를 기념한 건데요?
아라 오전 10시 28분. 제 시계가 멈춘 날이요.
폭우 소리가 들린다.
정장차림의 승현, 마당으로 나온다.
매우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잔디길로 나오는 아라, 승현에게 우산을 챙겨준다.
아라 비도 오는데 조심해.
승현 (멍하니) 응, 조심해야지.
아라 괜찮아? 왜 이렇게 떨어?
승현 이렇게 큰 계약 처음이야. (사이) 말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지?
아라 아니야, 우리 오빠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응원할게-!
아라, 말도 안 되는 응원가를 부른다.
승현 아라야, 그만. 고마워. 마음만 받을게.
아라 밤새도록 준비한 건데.
승현, 아라를 안는다.
승현 나 꼭 계약 따서 올게. 우리 미래를 위해.
아라 응. 긴장하지 말고. 혹시나 잘 안되더라도 기죽지 말고.
어차피 앞으로 쭉 함께할 건데.
승현 고마워.
아라 그렇다고 대충 하라는 소리는 아니야.
승현 (웃으며) 알겠어. (사이) 비가 많이 오네.
아라 느낌이 좋지 않아?
승현 응?
아라 오빠, 비 오는 날 좋아하잖아. 계약 잘 되려나보다.
승현 말 되는데? (사이) 그런데 오늘 빗소리는 날카롭게 들려.
아라 오빠가 긴장해서 그래.
승현 그렇겠지? 아라는 오늘 회사 안 나가?
아라 연차 냈어. 감기 기운이 있는지 계속 쳐지네.
승현 얼른 들어가. 여름 감기가 더 무서운 거야.
아라 응, 나 그럼 푹 자고 있을게.
승현 그럼 갈게. 비 많이 오니까 물 샐 수도 있어.
아라 걱정 마. 내가 막아놨어.
승현 응. 물새면 차단기 내려갈 수도 있어. 놀라지 말고.
아라 알겠어.
승현 차단기 안 내려가면 위험하니까 아무것도 만지지마.
아라 알겠다니까! 내가 애야? 빨리 가!
승현 미안. 걱정 되서 그렇지. 지금 몇 시야?
아라 (회중시계 보며) 9시 반이야.
승현 늦겠다. 나, 갔다 올게.
아라 응. 조심해.
승현, 나가다 아라를 본다.
아라, 승현을 본다.
사이.
승현, 퇴장.
아라, 작업실로 들어간다.
이든 그래서 승현씨는 계약 땄어요?
아라 글쎄요. 전 몰라요.
이든 왜요? (사이) 계약 못 했구나. 힘내요, 언니.
아라 이든 씨도 힘내요.
이든 난 괜찮아요.
아라 그래도 상처 받지 않았어요?
이든 이미 지난 일인걸요. 담고 있어봤자 나만 손해에요.
아라 그럼 어떻게 하게요?
이든 계속 도전해 봐야죠. 난 기태오빠가 좋은걸요. 너무 섹시해요.
아라 기태 씨는 연재 씨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잖아요.
이든 그렇죠.
아라 연재 씨도 기태 씨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지만 고민하고 있잖아요.
이든 맞아요.
아라 그럼 앞으로 벌어질 일은 뻔하잖아요.
이든 언니, 과거의 반대말이 뭘까요?
아라 네? 과거요? (사이) 미래? 현재?
이든 땡! 과거의 반대말은 불확정성!
아라 불확정성이요?
이든 네. 다 어떻게 될 줄 모른다고요.
기태 오빠가 연재 언니를 좋아했고, 연재 언니가 기태 오빠를 좋아했고, 기태 오빠가 연재 언니를 좋아하고 있고, 연재 언니는 기태오빠 를 좋아하지만 고민하고 있다. 이건 사실. 팩트!
아라 네.
이든 그리고?
아라 네?
이든 그러니까 그리고, 그리고?
아라 무슨 말이에요? 그리고… 말을 해 줘야 알죠.
이든 맞아요. 그리고 아무도 몰라요.
아라 ….
이든 우린 그렇게 살고 있잖아요.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과거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뚜렷한 사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게 사실이 될지 아무도
몰라요. 내가 산사태를 만날 것도 몰랐지만 사실이 되었고, 귀신언니를 만날 것도 몰랐지만 사실이 되었어요. 기태오빠도 가까운 미래 속에서 내게 어떤 사실이 될지 모른다고요.
아라 모든 것이 불확실하면 무섭지 않을까요?
이든 어머, 난 언니가 더 무서워요. 귀신같은 마법사잖아요.
아라 ….
이든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도 사실처럼 뚜렷하면 재미없잖아요. 그게 행복할까요?
아라 그런가요?
이든 시계 테마 컨셉은 잘 잡으신 것 같아요.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런데 언니가 말했던 것처럼 똑같은 시계 속에서 항상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면….
너무 지루하고 끔찍해요. 살아가는 행복이 아니라 죽은 것들의 반복이겠죠.
아라 맞는 말이네요.
이든 나 완전 멋있죠?
아라 네. 멋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많이 슬프지만 받아들여야겠죠?
이든 뭐가요?
아라 내가 사실로 남아있다는 것을.
승현, 등장.
아라, 승현을 본다.
이든 어? 아라 언니 남편분, 이승현씨 맞죠? 안녕하세요.
승현 안녕하세요.
이든 네, 전 성이 이….
승현 알아요, 이든 씨.
이든 오, 어떻게 아셨대?
승현 방해해서 미안해요. 지금 여기 있어야 할 시간이라서.
아라 계약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다고 했죠?
이든 네. 그런데 잘 안 된 거 아니었어요? 무슨 사연이 또 있나?
아라 나도 궁금해서요. 계약이 성사가 된 건지 안 된 건지.
이든 아직 안 말한 거예요? (승현에게) 왜요? 실수라도 했어요?
승현 계약은 성공이었어. 내가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크게.
이든 와, 승현 오빠 축하해요! 죄송해요, 오빠라고 해버렸네.
뭐 어때, 나보다 나이 많으 면 오빠고 언니지 안 그래요?
승현 ….
이든 아라 언니도 좋겠다. (승현에게) 그런데 왜 그걸 이제 말해요?
같이 껴안고 축하 파 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깜짝 파티 해주려고 그랬구나?
아라 제가 들을 수 없었거든요.
이든 네?
승현 제가 말해줄 수 없었거든요.
조명, 어두워진다.
이든 뭐야, 왜 이래? 전기 나갔나?
승현, 아라 서로 본 채로 움직임 없이 서 있다.
이든 아라 언니? 승현 오빠? 왜 그래요? 말이 없어.
(사이) 에이, 장난치지 마요. 무섭게 진짜.
승현 지금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닌데.
아라 맞아. 하지만 지금 주어졌잖아. 흘러가고 있어.
이든 나 이제 알았다…. 차분하게 행동해야지.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어. 옛말 틀린 게 없잖아.
아라 ‘쿵’소리와 함께 난 시간이 멈췄어요.
내 몸이 사라지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거든요.
이든 전 지금 그걸 느끼는 건가요?
아라 이든 씨, 고마워요. 연재 씨랑, 기태 씨도. 당신들 덕분에 내가 나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일이 생겼어요.
이든 아니에요. 뭔지 모르겠지만 제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살려주세요.
아라 먼 훗날에 봐요, 이든 씨.
이든 여기 귀신굴이구나. 내가 엄한 곳에 들어왔어.
아라, 퇴장.
이든 혹시 승현 오빠도 아라 언니랑 같이?
승현 어떤?
이든 그러니까 이 세상 것이 아닌…. 다른 차원의 무언가…?
승현 비슷하죠.
이든 정확히 말하면?
승현 귀신?
이든, 모든 걸 깨달았다는 표정.
큰 절을 하다가 기절하는 이든.
잠시 암전.
마당에 불이 들어온다.
기태, 앉아 있다.
뒤로 연재 등장.
기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연재 ….
기태 정말로?
연재 넌?
기태 보고 싶었어.
연재 나도.
연재, 담배를 달라는 손짓.
기태 너도 아직 안 끊었네.
연재 너 보니까 생각나서.
연재, 기태에게 담배를 받는다.
기태 너한테 시계 선물해 준 그 남자, 우산도 비싼 거 썼더라.
연재 스토커야? 왜 뒤에서 그걸 보고 있어.
기태 같이 우산 쓰고 가려고 기다렸는데.
연재 그런데?
기태 내 우산이 비닐우산이라 다가가지 못했어.
연재 우산 하나 사줄까?
기태 됐어.
연재 비닐 우산이 편할 수도 있어. 잃어 버려도 아깝지 않으니까.
기태 내가 비닐 우산이었단 소리야?
연재 서로가 비닐 우산이었단 소리야.
기태, 연재를 본다.
연재, 기태를 본다.
기태 담배 안 펴?
연재 넌 안 펴?
연재와 기태, 담배를 버린다.
기태 몸 생각해야지 이젠.
연재 백해무익이잖아?
기태 끊자.
연재 그래. 그리고?
기태 그리고? 글쎄…. 지난 우리를 마지막으로 그리고. 그리고?
연재 그리고…. 앞으로의 너와 나를 그리고.
둘, 서로 웃는다.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