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리다- 2장(2)>

그리고 시즌 中 '여름'

by 이작가야

[2장-(2)]


이든, 짐 챙겨서 퇴장.


연재 정말 이상한 곳이야.

기태 맞아 이상해. 너랑 다시 보게 된 것도.

연재 오해 하지 마. 난 안 오려고 했어.

기태 너라면 진짜 안 왔을 걸? 그런데 봐. 여기 왔잖아.

연재 이든이 때문에 온 거야.

기태 든이랑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다고.

연재 안 친해.

기태 그럼 왜 온 건데?

연재 (사이) 친해.


둘,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기태 (사이) 몇 시야?

연재 지금 열시 이십분… 아니 열한시 이십분.

기태 아직 가지고 있었네? 그거 한 시간이나 느린 시계잖아.

연재 망가져도 상관없으니까. 하긴, 어차피 망가진 거나 다름없는걸.


사이.


기태 내 시계는 가방에 있어. 싸구려라 그런지 가끔 시계 바늘이 반대로 돌아가.


이든, 등장.

잠옷 차림이다.


이든 편히 있어도 된다 해서. 난 이게 편해서.

연재 잘 어울리네. 나도 씻고 올게.


연재, 퇴장.

기태, 소파에 앉는다. 피로가 몰려온다.

이든, 옆에 앉는다.


이든 오빠, 여기 나름 분위기 있지 않아?

기태 다시 보니 분위기 있네. 너무 긴 하루다. 정신없어. 지금도 그렇고.

이든 난 그래도 오빠랑 같이 있어서 다행인걸.

만약 혼자 여행 왔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기태 든아.

이든 응?

기태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걱정 많이 했어 정말.

이든 (부끄러워하며) 고마워. 걱정해줘서.

기태 연재는 너한테 뭐라고 안 해?

이든 어떤 거?

기태 그냥, 여행 오기 전에 했던 말?

이든 음, 같이 가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어.

기태 재미? 내가 같이 가는 거 알고도?

이든 응. 별 거 있겠냐고 하면서.

기태 뭐? 별 거? (중얼거리며) 내가 별 거야?

이든 나 사실 정말 예쁜 산장 예약했었거든. 그런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기태 (중얼거리며) 걔는 끝까지 날 무시하는 구나. 그거 참 아쉽네.

이든 그렇지? 고기도 먹고, 와인도 한 잔하고, 같이 앉아서 산 경치도 보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또… 막, 같이 응? 막….


기태, 졸음이 쏟아진다.

이든의 어깨에 기댄다.

이든, 놀란다. 너무 좋다.

연재, 등장해 둘을 본다.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가방에서 짐을 꺼낸다.

이든, 연재를 발견하고 저리 가라는 손짓.

잠에서 깬 기태.


연재 미안. 방해했네? 클렌징을 놓고 가서.

기태 (보란 듯이) 든이 잠옷 잘 어울리네. 예쁘다.

이든 정말?

기태 응, 누구랑 달리. 예쁘고 귀여워. 별거 아닌 나랑 다니기 아까울 정도야.

이든 무슨 말이야? 오히려 과분하지-!

기태 아니야. 이제야 네 마음을 알겠다. 내가 별거 아닌 놈이니까 그저 재미있게 놀다가 버리면 돼.

난 그래도 싸.

이든 (울먹이며 )오빠! 말을 그렇게 해? 내 마음을 안다며!

내 마음을 알고도 그런 말을 해? 나에겐 오빠가… 오빠가….

연재 (작게) 찌질해 진짜.

기태 (소리치며) 뭐?


기태와 연재 서로 보고 있다.

이든, 연재에게 다시 나가라고 손짓한다.


연재 난 이만 씻으러.


연재, 퇴장.

기태, 연재가 퇴장한 쪽을 보고 선다.


이든 그러니까 나는 오빠가… 나에게 큰 사람이고… 멋있고, 내 전부고….

(사이)우리 사이 어떻게 생각해?

기태 (연재에게) 난 진짜 생각 많이 했는데. 네 생각만 했는데.


기태, 퇴장.


이든 기태 오빠! 왜 이렇게 사람을 애태우는 거야?

(사이) 내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는 줄 몰랐지. 너무 행복하다.


이든,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 선반과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무언가 생각난 듯, 가방을 가지고 작업실 안쪽으로 들어간다.

이든, 퇴장.


비어있는 거실.

조명이 살짝 바뀐다.

승현, 음식을 선반 위에 놓고 작업실 벽 뒤로 숨는다.

아라, 등장.

폭죽을 터트리는 승현.


승현 (흥얼거리며)우리의 5주년을 축하합니다!

아라 이게 다 뭐야?

승현 우리 5주년 축하파티!


5주년 축하 노래를 부르는 승현.

따라 부르는 아라.

노래가 끝나고 서로 박수친다.

잠시 어색하다.


아라 난 오빠가 5주년 잊은 줄 알았어.

승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을 어떻게 잊어?

아라 내가 오빠 인생에서 그 정도로 소중한 거야?

승현 그럼. 잊어버리는 순간 목숨이 위험한데.

아라 이런 날까지 장난질이야.


아라, 승현에게 달려든다.

승현, 능숙하게 아라를 제압하고 소파에 앉힌다.


승현 (작은 상자를 주며) 짜잔-! 우리 5주년 선물.

아라 이게 뭐야?

승현 열어 봐.


아라, 상자를 연다.

작은 회중시계가 들어있다.


아라 이거 진짜 예쁘다!

승현 회중시계야. 전부터 가지고 싶어 했잖아.

아라 오빠, 고마워. 너무 감동이다.

승현 (작은 상자를 꺼내고) 이건 내가 나에게 주는 5주년 선물.


승현, 상자에서 회중시계를 꺼낸다.

아라와 똑같은 시계다.


아라 우리 커플 시계다!

승현 응, 커플 시계야. 마음에 들어?

아라 너무 마음에 들어.

승현 나도 참 마음에 드네.

아라 행복하다. 정말.

승현 아라야, 믿기지 않겠지만 이 시계에 내가 마법을 걸어 놓을 거야.

아라 마법? 우리 오빠가 어떤 마법을 걸까?

승현 우리 둘을 이제 이 회중시계 속 시간에 가둬 놓는 마법. 서로 같은 시계를 쓰면

같은 삶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제 이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거야.

아라 무서운 마법이네. 그럼 이제 주문 외워야지. 어떤 주문이려나?

(사이) 조아라와 이승현의 시간으로. 똑딱똑딱.

승현 너와 나, 각자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으로. 똑딱똑딱.


승현, 아라 서로 바라본다.


승현 결혼 하자.

아라 응? 우리 결혼 했잖아.

승현 그럴싸한 프러포즈도 못했잖아. 미안해.

아라 뭐가 미안해. 그리고 지금도 그럴싸하지 않아. 최악이야.

승현 내 생각엔 이 프러포즈가 멋있었거든. 상상과 현실은 다르네.

아라 충분히 멋있어. 순간 오빠한테 반해서 내 시계가 잠시 멈췄거든.

승현 시계가 멈추면 죽은거잖아. 우리 시계는 살아있으니까 계속 돌아가야지. 물론, 함께.


승현, 일어난다.


승현 사랑해.


승현, 퇴장.


아라 나도 사랑해.


아라, 혼자 소파에 앉아 운다.


원래대로 변하는 조명.

이든, 음식을 들고 오다가 울고 있는 아라를 보고 멈칫한다.


이든 언니…? 지금 뭐해요?

아라 신경 쓰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이든 아니, 제가 차려 놓은 음식인데.

아라 (울며) 방해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이든 그렇게 까칠하게 굴면 금방 늙어요, 언니.


이든, 조심스럽게 음식을 놓는다.

아라, 얼굴 주름을 펴며 이든을 본다.


이든 저희가 종일 굶어서….

아라 여기서 드시겠다고요?

이든 같이 먹을래요?

아라 (일어나며) 됐어요.

이든 언니.

아라 왜요?

이든 연기 정말 잘하시는 거 같아요. 벌어먹기 힘들죠?

아라 연기 아니에요. 그리고 저 경영학과 나왔어요.

이든 언니.

아라 또 왜요?

이든 여기서 먹어도 되는 거죠?

아라 (알아서 하라는 손짓)

이든 언니.

아라 (소리치며) 그냥 먹어요!

이든 아니요, 음악 틀어도 되요?


아라, 어이없다는 듯 퇴장.

이든, 아라가 퇴장한 방향을 보다가 박수친다.

음악이 나온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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