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소설) '어떤 사무실의
지침 사항' 1화
직원의 안전을 위하여
<공포 단편 소설> '어떤 사무실의 지침 사항' 1화
- 소개
'어느 사무실'의 이야기다.
아아, 다 모이신 것 같네요. 죄송하지만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니, 마이크는 오프해 주시기 바랍니다. 화상 회의 진행 도중, 화면에 띄운 파일이 보이지 않거나,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채팅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스타트업 패키지 지원사업’ 담당자, 유진태입니다. 먼저 이번 지원사업에 합격하신 창업 팀 모두 축하 말씀드립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스타트업 패키지 지원사업은 각 팀당 지원금 천만 원이 지급되며, 차후 성과물이 있을 시 최대 오천만 원까지 지원금을 드립니다. 또한, 모든 팀에게 사무실이 제공됩니다.
여러분들이 머물게 될 사무실은 수년 전까지 공공건물로 사용되다가 이제 철거를 앞두게 된 건물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철거 예정 건물이라고 하여 내부가 망가져 있다거나, 더럽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재작년, 인테리어를 진행하여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의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지원사업 합격자들인, 1기 창업 팀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부터 사무실 관련 지침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사항들은 기존 지침 사항과 작년 1기 창업 팀 인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수정한 지침 사항입니다. 꼭 숙지하시어 사무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우리 사무실의 구조는 지하 1층, 1층, 2층, 3층 및 옥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은 스타트업 패키지 지원사업 담당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입니다. 평일 09시부터 16시까지 상주하고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2층과 3층은 여러분들의 사무실이 있습니다. 각 층엔 총 10개의 사무실이 있으며 2층과 3층을 합쳐 총 20개의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화장실은 1층에 남녀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2층엔 여자 화장실만, 3층엔 남자 화장실만 있습니다.
지하 1층은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하 1층을 배정받은 창업 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주차는 건물 앞에 있는 운동장에 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
우리 사무실 건물의 청소는 구에서 파견된 공공근로자분들이 진행하며, 각 층에 한 분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공공근로자의 근무 시간은 09시부터 16시까지입니다.
만약, 어떤 공공근로자가 18시 이후 복도 청소를 하고 있다면 무시하고 지나치십시오. 수고하십니다, 고생하십니다, 등 어떤 말도 걸지 마십시오. 우리 사무실 건물의 마지막 청소는 15시 30분입니다. 18시 이후 청소하는 공공근로자는 없습니다.
*추가사항*
작년 1기 멤버인, 그래픽 창업 팀 대표의 인터뷰입니다. 추후 해당 내용을 수렴한 지침 사항 수정본을 전달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의 특성상 18시 이후, 야간까지 근무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거로 압니다. 이때, 청소해야 한다며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공공근로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문을 열지 않은 상태로 정중히 거절하세요. 그럼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 것입니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문을 열어도 좋습니다. 다만, 정중히 거절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문을 열어달라 요구한다면 즉시 담당자에게 연락하세요. 문을 열어선 안 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할게요. 절대 문을 열지 마세요. 그들은 무슨 수를 쓰든 당신이 스스로 문을 열게 할 것입니다.
당신의 와이프, 당신의 부모님, 당신의 친구들 심지어 죽은 자식까지도…….
속으면 안 됩니다 .그들에게 속고, 만약 문을 연다면, 소중한 팀원을 잃게 될 겁니다. 저처럼요.”
(2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