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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건 남편인데, 왜 자꾸 내가 가렵지?

눈으로 보이는 건 수포지만, 우리 집에 번진 건 불안이었다.

by 담연

닷새 전부터 남편이 왼쪽 가슴 아래 통증을 호소했다.
얼마 전 감기를 오래 앓았던 터라 기침 때문에 근육에 무리가 온 건가 싶었다.
하지만 가만히 누워 있어도 통증이 느껴진다고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묘하게 부어 있는 듯한 통증, 그리고 뾰족한 걸로 찌르는 느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가까운 클리닉에 가보기로 했다.
병원에 가기 직전, 다시 한 번 피부를 들여다보았는데—
작고 투명한 수포가 떠올랐다.


남편은 수포를 보는 순간 단박에 말했다.
“대상포진이네. 얼른 약 받아야겠다.”
그리곤 곧장 차에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그 사이 휴대폰을 꺼내 이 병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
예전에 엄마에게 들은 적 있는 병명.
그리고 ‘전염’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기였다.
아기도, 나도, 아프면 안 된다.


엄마가 아프면 집이 통째로 멈춘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며칠 전 감기에 걸려 아이를 제대로 안아주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던 시간이었다.
다시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 내 몸이 괜히 가려운 기분이 들었다.
팔 안쪽에 작은 붉은 반점 하나.
평소 같았으면 모기 물렸겠거니 하고 넘겼을 텐데,
이번에는 그냥 넘기지 못했다.


남편에게 보여주자 “직접 접촉한 것도 아니고 열도 없으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줬지만,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수두 예방접종을 받았던가?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 맞췄지. 걱정하지 마.”
그 말에 안심하려 했지만, 검색 결과 내가 태어난 해엔 접종률이 낮았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가려움은 더 심해지고 괜히 온몸이 뜨끈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아기는 백신을 마쳤다는 사실이 떠올라
그나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남편은 약을 잘 챙겨 먹으며 이틀째 푹 쉬고 있다.
하루에 다섯 번씩 복용해야 한다며 약봉지를 들고 투덜대긴 했지만,
표정은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의사도 병가를 내주며 며칠은 무조건 쉬라고 했다.


나는 작은 간호사가 되었다.
약을 챙기고, 비타민을 나르고, 식사를 준비하며
혹시라도 옮지 않도록 수건도, 베개도, 이불도 모두 따로 사용 중이다.


가끔 상체를 움직일 때 찌릿한 통증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움직임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가까운 동네에 외출하는 정도는 가능하니 약이 제 역할을 해주는 듯하다.


그런데 자꾸만 이상한 감정이 든다.
아픈 사람은 남편인데, 내가 먼저 긴장하고, 내가 먼저 겁을 먹고 있었다.
작은 반점 하나에도 괜히 민감해지고, 손 씻는 횟수가 늘었다.


그런 내가,
조금 미안했다.


남편은 그런 내 반응을 웃으며 받아준다.
“아기 아프면 안 되니까, 네가 더 예민해지는 거 알지.”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자꾸 눈치가 보인다.
그가 앉았던 자리를 조용히 닦을 때면,
내가 너무한 건 아닐까 싶다가도
지금은 나라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아픈 만큼, 나는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미안함도, 눈치도, 결국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나치게 굴지 않으려 애쓰지만,
한 사람의 몸과 세 사람의 일상을 함께 챙긴다는 건
생각보다 무게가 있는 일이었다.

남편은 회복중 나는 예민 모드 ㅎㅎ

남편은 아픈데, 저는 괜히 더 바쁘고 예민해졌어요.

가족 중 한 명 아프면 온 집안이 흔들리는 거,

혹시… 다들 겪어보셨나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건강하시길요!


➤며칠 전엔 남편의 피부 상태를 걱정했었는데,

이젠 건강을 걱정하는 중입니다.

⟶ 피코레이저를 받는 남편을 보며[https://brunch.co.kr/@72538f848ec8460/13]


➤같은 감정결을 공유하고 있는 INFJ이자 예민한 엄마로서,

이런 순간들이 더 깊게 스며듭니다.

⟶INFJ + HSP 엄마로 살아가기[https://brunch.co.kr/@72538f848ec8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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