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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이칠 Mar 02. 2023

뱉은 말이 있으니 우선은 떠나자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시작

퇴사를 하고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까지 사실 한 2주 정도의 빈 기간이 있었다.


퇴사를 앞두고 미리 정해놓지 않은 계획 때문에 생긴 공백의 기간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은 다시 나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불안감.

첫 직장 얻기 전까지 기나긴 여러 번의 인턴 생활을 거치며 실패의 경험으로 얼룩져있던 나의 20대를 가장 많이 채웠던 감정과 느낌.

무언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서 오는 그 감정과 느낌이 퇴사와 동시에 다시 찾아왔었다.


그것에 휩싸인 나에게 '퇴사를 괜히 했나?, 잠시의 치기 때문에 감당 못할 일을 벌인 건 아닌가?, 다른 곳에서 살아보기는 무슨 바로 다시 취업을 할까?' 등등의 후회와 쫄림은 당연히 동반되었고 그 모습을 보이며 이런 말을 들었다.


"너 그거 일중독이야"


제대로 쉬어 본 적 없었기에, 여유를 가져 본 적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일'에 대한 나의 미련과 일방적 애정은 나도 모르는 사이 중독의 형태로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든 생각은 '몸이 이곳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취업에 대해, 일에 대해 억지로 라도 덜 생각하지 않을까? 덜 불안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 생각으로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떠나지 않으면, 어제와 같은 오늘에 머물러 있으면 그 불안을 결코 떨칠 수 없고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그렇게 떠나 치앙마이에서 보낸 시간은 나의 불안을 떨쳐내기엔 충분한 시간이 되었다.

반면, 그 시간 속에서 여유를 찾는다는 것, 단순히 시간적 여유가 아닌 스스로에게 마음적, 정신적 여유를 준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고, 더 어려운 문제였다.


나는 치앙마이의 시간 동안 그 문제를 풀고 싶었고 치앙마이를 찾은 많고도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헤맸다.

나의 치앙마이는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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