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마라톤 4번, 10km 1번.
11월 30일 긍정하프마라톤 하프를 끝으로 이번 시즌 마라톤을 마감했다.
허리 디스크가 터진 이후 한동안 운동에 도전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올해 초 러닝의 인기와 함께 달리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뛰기 시작했고
초반만 해도 대회를 굳이 왜?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꾸준히 달린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해 가며
허리와 다리에 불편한 신호는 느껴지지만 다시 적당한 정도로 몸을 쓰며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러다가 처음 마라톤 대회를 나가게 된 건
우연히도 인스타그램을 보던 와중 '더 레이스 서울 21K' 대회 추가 접수 소식을 보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전에도 마라톤 대회 소식들을 종종 살펴보긴 했지만,
대회 몇 달 전에 접수를 마감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대회에 달린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때라
추가 접수 후에 2~3주 정도 뒤면 대회에 뛸 수 있다는 소식에 이 정도 텀이면 괜찮은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첫 대회를 뛰었다.
코스는 당연하게도 하프로.
거의 매일씩 5~10km 정도씩 러닝을 하던 와중이라 대회에서 굳이 10km를?이라는 생각이었다.
첫 마라톤 대회의 코스가 광화문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 안국으로 출퇴근하며 왔다 갔다 하며 지나쳤던 그곳을
심지어 차도 위에서 뛰고 있다는 생각에 벅참이 느껴졌다.
그때만 해도 내가 마라톤 대회에 나갈 거라는 상상조차 못 했을 상황이었고
도로 통제 현수막을 보면 저런 건 대체 누가 하는 거야?라는 궁금증만 품고 있던 시기였는데
시간이 지나 내가 상상치도 못했던 모습으로 그곳을 마주하고 있다니.
힘든 줄도 모르고 몽글몽글한 벅참에 뛰다 보니
첫 하프 마라톤 대회 기록은 1시간 46분 57초.
두 번째 대회는 서천 한산모시 마라톤 10Km.
나가게 된 이유는 부모님 집 근처에서 열리길래 갔다가 대회에 나가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10km 대회라길래 큰 부담 없이 뛰고 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목표는 50분 안으로 들어와 보자! 였고 49분 01초로 도착해서 목표 달성은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10km 대회라고 해서 만만하게 볼게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고,
처음 뛰어보는 코스에 달리면서도 막연한 불안을 느끼기도 했고.
괜히 사전 답사나 코스 숙지를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 번째는 서울 레이스. 하프.
비로소 몇 달 전에 대회를 신청하고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달리는 것을 이해하는 러너가 되었고
그렇게 꾸준히 마일리지를 올리고 준비해 가며 기록 단축에도 욕심을 내본 대회였다.
그리고 국내 3대 마라톤 주최사 중 하나인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하프 마라톤 대회라는 점에서
메이저 대회를 달린다는 설렘도 품었었고.
그리고 기록은 이번 시즌 PB! 1시간 44분 39초로 도착했다.
다만, 중후반부부터 느껴지던 허리 디스크 통증과 근육 뭉침.
후반부에 더해진 목 디스크 통증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웠던 기억.
말 그대로 고통을 끌어안고 뛰었다.
사실 서울 레이스를 앞두고 30km LSD도 여러 번하며
1시간 40분 언더를 목표로 삼았었는데 그것에는 실패했고
그 아쉬움에 그 주 주말 다시 한번 21K LSD를 했는데
이게 큰 화근이 되었다.
네 번째 마라톤은 MBN 하프 마라톤.
신청할 때는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잠실로 도착하는
새로운 하프 마라톤 코스를 달려볼 수 있다는 소식에 냉큼 신청했었다.
그런데 주말 21K LSD 이후에 느껴지는 왼쪽 무릎 통증.
하프 마라톤 대회 이후 너무 급하게 또 장거리를 뛴 탓이었을까
심상치 않은 통증이 느껴졌고 이후 3km도 제대로 뛰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커졌다.
장경인대 부상인 것 같기도 해서 3일 휴식 후 천천히 뛰어보기도 하고
꾸준히 휴식을 늘려봤지만 쉽사리 통증이 없어지지 않았고
꾹 참고 10km 정도가 한계치로 느껴지는 무릎의 상황.
그럼에도 대회에 신청한 게 아깝기도 했고,
새로운 코스를 뛰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뛰기로 결정.
처음으로 테이핑을 하고 대회를 뛰었다.
기록은 1시간 49분 22초.
우선 완주만 하자는 생각으로 뛴 것치고 2시간 이내, 50분 이내로 들어올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거의 2.5km마다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던 것 같은데
모든 급수대에서 10초씩은 쉬면서 통증을 삭혀야 했다는 게 함정.
처음 해본 테이핑이었지만 이게 진짜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올해 마지막 마라톤 대회는 긍정하프마라톤.
형은 10km, 나는 하프. 같이 나가는 대회이기도 하고
이번 시즌에 신청한 마지막 대회이기도 해서 푹 쉬고 뛰자! 는 생각으로 뛰었다.
지난번 대회 후 2주의 간격이 있었는데
처음엔 2주 푹 쉬고 회복하자였지만, 며칠 쉬다 보니 그걸 못 참고 다시 뛰어보고
아직 안 나았네? 쉬자. 를 반복.
또 한 번 무릎 테이핑을 잔뜩 하고 달렸고
기록은 1시간 46분 34초.
지난번 대회보다는 무릎 상태가 좋아졌는지 기록이 좋아졌고
우연히도 올해 1시간 46분으로 대회를 시작해서 1시간 46분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렇게 이번 시즌 꾸준히 달리고 여러 대회들을 나가 보고 느낀 건,
어떻게든 계속해서 가면, 꾸준히 하면 도착을 할 수 있다!라는 것.
막상 도착하고 난 후의 감상이 처음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힘들더라도 꾸준히 하면 된다는 것. 비단 달리기만이 아니라 삶에서도.
포기는 진짜 최후의 선택이자 마지막 보루이고,
남의 속도에 맞춰가든, 쫓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꾸준히 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
내년 시즌을 앞두고 바라는 건.
대회 날 한 번이라도 잠을 제대로 자고 뛰어봤으면 싶은.
이번 시즌 참가한 하프 마라톤 대회들에선 제일 잘 잔 게 4시간 정도 자고 뛴 거라
대회 시간이나 여러 상황으로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잘 자고 좋은 컨디션에서 뛰어보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은 대회에 나가보고 싶다
로드 마라톤 대회뿐만 아니라 트레일 러닝 대회에도 참가해보고 싶다는 생각.
뛰는 것 자체를 즐기며 다양한 대회를 경험해 보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쌓아가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대회에서 웃으며 달릴 수 있는 러너가 되고 싶다는 것.
이건 후반부 대회를 나가보며 느낀 생각인데,
대회에서 빠르게 달리는 것도 좋고 부럽지만
함께 달리는 러너들을 보며 가장 부러웠던 건 웃으며 대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단지, 대회에서 뛰는 것만이 아니라 이 자체를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과 노력을 했을까 싶어서.
그래서 내년의 대회에선 대회 경험 자체를 마음껏 누리고 즐기는 러너가 되자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
그러기 위해선 우선 훈련을 꾸준히 하고 실력을 쌓아야 하는데
불과 어제 마지막 대회를 끝내고 꽤 쉬었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10km를 뛰었는데
여전히 무릎은 낫지 않았고, 아직도 욱신거린다.
일단 잘 쉬고 회복하자. 서두르지 말고, 다치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