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7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adhd는 바보가 아니랍니다.

독서가 취미인 adhd 환자

by 유레지나 Jul 31. 2024


어린 시절, 공부를 꽤나 잘했다. 반에서 1,2등은 꼭 했다. 여가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조금 많이 읽었다. 일주일에 20권 정도. 그래서인지 내가 adhd 환자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믿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에 과하게 집중한다는 점은 adhd의 특징 중 하나이다. 나는 운 좋게도(?) 독서가 그 대상이었을 뿐이다. 책을 읽을 때는 주위 어떤 소리도 못 듣곤 했다. 수업 시간에 몰래 간식 먹기나 땡땡이치기가 아니라 몰래 책 읽기가 일탈이 되곤 했다.


매주 일요일에는 시립 도서관에 가족들이 모두 가서 내게 도서관 카드를 빌려주었다. 그걸로 12권을 빌려 집으로 왔다. 물론 그 책들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전부 읽었다. 그런 후에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하루 3권씩 또 빌려 읽었다. 책의 뒷내용이 궁금해서 엄마에게 혼나는 도중에도 책을 읽다가 엄마의 분노를 산 적도 많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게 adhd증상이었다. 윗 내용만 보자면 엄청난 모범생이지만 사실 독서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정리정돈은 물론이고 물건 잃어버리는 건 국가대표 수준이었다. 일주일 만에 안경을 두 개나 잃어버린 적도 있다. 핸드폰도 한 번은 잃어버려서, 한 번은 아예 박살이 나서 새로 샀다. 가정통신문은 온전한 상태로 집에 가져간 적이 없다. 늘 잃어버렸거나, 구겨지거나 책상 속에 처박혀 있다가 뒤늦게 선생님께 다시 받으러 갔다. 동네에 흩뿌려진 내 우산을 다 합치면 1000개는 될 것 같다. 이건 모두 초등학생 때까지의 일이다. 중학교 이후의 일까지 합하자면 아마 밤새워 적어야 할지도 모른다.


약을 먹기 시작하고서야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곧 그전에는 전혀 몰랐다는 뜻이 된다. 주변 사람들도 그냥 조금 덜렁거리네, 정도로만 생각한 것 같다. 하도 잊어버리는 게 많다 보니 늘 메모하는 습관을 들인 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tv를 보다 보면 adhd환자가 대단히 문제아처럼 여겨지는 걸 보게 된다. 나는 전혀 문제아가 아니었다. 생활기록부에도 ‘성격이 온화하고 타인과 잘 어울린다’고 공통적으로 적혀 있다. 지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높은 편이다. (병원에서 직접 검사해 보았다.) 그저 정리정돈을 잘 못하고, 계획성이 부족하며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충동성이 조금 높은, 그러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좋아하는 일에는 끝까지 집중하는 사람일 뿐이다. 거듭되는 실수와 실패를 겪어 왔기 때문에 극복하는 방법에도 일가견이 있고, 실패를 극복해 본 경험이 많아서 고난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스스로를 향한 믿음이 단단하다. 그래서 꽤나 긍정적이다.


누군가는 내게 바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adhd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주눅 들고 싶지 않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끝없이 노력해 온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작가의 이전글 intp 여자로 살아남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