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취미인 adhd 환자
어린 시절, 공부를 꽤나 잘했다. 반에서 1,2등은 꼭 했다. 여가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조금 많이 읽었다. 일주일에 20권 정도. 그래서인지 내가 adhd 환자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믿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에 과하게 집중한다는 점은 adhd의 특징 중 하나이다. 나는 운 좋게도(?) 독서가 그 대상이었을 뿐이다. 책을 읽을 때는 주위 어떤 소리도 못 듣곤 했다. 수업 시간에 몰래 간식 먹기나 땡땡이치기가 아니라 몰래 책 읽기가 일탈이 되곤 했다.
매주 일요일에는 시립 도서관에 가족들이 모두 가서 내게 도서관 카드를 빌려주었다. 그걸로 12권을 빌려 집으로 왔다. 물론 그 책들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전부 읽었다. 그런 후에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하루 3권씩 또 빌려 읽었다. 책의 뒷내용이 궁금해서 엄마에게 혼나는 도중에도 책을 읽다가 엄마의 분노를 산 적도 많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게 adhd증상이었다. 윗 내용만 보자면 엄청난 모범생이지만 사실 독서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정리정돈은 물론이고 물건 잃어버리는 건 국가대표 수준이었다. 일주일 만에 안경을 두 개나 잃어버린 적도 있다. 핸드폰도 한 번은 잃어버려서, 한 번은 아예 박살이 나서 새로 샀다. 가정통신문은 온전한 상태로 집에 가져간 적이 없다. 늘 잃어버렸거나, 구겨지거나 책상 속에 처박혀 있다가 뒤늦게 선생님께 다시 받으러 갔다. 동네에 흩뿌려진 내 우산을 다 합치면 1000개는 될 것 같다. 이건 모두 초등학생 때까지의 일이다. 중학교 이후의 일까지 합하자면 아마 밤새워 적어야 할지도 모른다.
약을 먹기 시작하고서야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곧 그전에는 전혀 몰랐다는 뜻이 된다. 주변 사람들도 그냥 조금 덜렁거리네, 정도로만 생각한 것 같다. 하도 잊어버리는 게 많다 보니 늘 메모하는 습관을 들인 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tv를 보다 보면 adhd환자가 대단히 문제아처럼 여겨지는 걸 보게 된다. 나는 전혀 문제아가 아니었다. 생활기록부에도 ‘성격이 온화하고 타인과 잘 어울린다’고 공통적으로 적혀 있다. 지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높은 편이다. (병원에서 직접 검사해 보았다.) 그저 정리정돈을 잘 못하고, 계획성이 부족하며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충동성이 조금 높은, 그러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좋아하는 일에는 끝까지 집중하는 사람일 뿐이다. 거듭되는 실수와 실패를 겪어 왔기 때문에 극복하는 방법에도 일가견이 있고, 실패를 극복해 본 경험이 많아서 고난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스스로를 향한 믿음이 단단하다. 그래서 꽤나 긍정적이다.
누군가는 내게 바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adhd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주눅 들고 싶지 않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끝없이 노력해 온 스스로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