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집은 캠핑 용품 파는 가게였다
"와~ 캠핑 용품 파는 가게니까~ 좋겠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좋았던 기억보다는 어릴 때는 귀찮았던 기억이 더 많다
몇 평 안 되는 좁은 가게에서 텐트를 팔려면 길가에 텐트를 치는 수밖에 없었다
여름방학이면 매일 아침 일찍 텐트를 여러 개 치고, 밤이 되면 별을 보며 펼쳐 놓은 텐트들을 접는다
그걸 매일 같이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텐트 치는 전문가가 되어 있다
물론 열심히 가게 장사를 하느라 정작 우리는 그렇게 자주 캠핑을 즐기지도 못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한 달 동안 국토대장정을 가게 되었다
잠자리가 쉽게 구해지지 않을 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자야 했었다
남자친구들도 잘 못해서 끙끙거릴 때 난 뚝딱뚝딱 쉬운 숙제를 해냈다
그럴 땐 " 아, 이런 게 써먹을 때도 있구나 "싶었다
결혼을 하고 배우자는 캠핑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어린아이들은 바깥에서 자는 것을 좋아했다
배우자 생일선물로 산 저렴한 텐트 하나를 들고 프라이팬, 냄비, 밥상 하나 들고 우리의 캠핑은 시작되었다
둘째 아이가 걷기 시작하며 셋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까지 열심히 다녔다
산과 바다, 들 텐트 하나만 들고 가면 어디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랫줄도 척척, 텐트도 척척 잘 치고, 집에 있는 식자재를 들고 가서 된장찌개, 라면 하나 끓여 먹어도
야외에서 즐기는 맛, 그 자체가 새로웠다
요즘은 각자의 사이트가 독립적으로 잘 되어 있어서 옆집이랑 부딪힐 일이 없지만
예전까지만 해도 인기 많은 물놀이 장소는 텐트가 따딱따닥 붙어 있었다
옆집 아이의 우는소리, 싸우는 소리, 음악소리까지 이게 난민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옆집 빨랫줄이 보이고 그리고 우리 집 빨랫줄이 줄을 선 듯 쳐 있으면 그 사이를 가로질러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빨랫줄 너머로 보이는 주변의 텐트를 엿보는 재미도 있었다
저 집 텐트(집)는 좋네 ~와 좋겠다 부럽다 넓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맛있는 거 먹네 하고 냄새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 우린 지금의 시골 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난 가끔 텐트촌의 풍경을 우리 동네에서 마주한다
문만 열고 나가면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보이고, 개가 보이고 그들의 빨래가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고,
아직도 여기는 그 텐트촌이 아닐까 싶다
눈을 감고 있으면 더 선명해지는~
아침 산책을 나가면 다른 집들의 과실나무를 보고 반기기도 하고, 밭의 작물들도 살펴보고, 어떻게 사는지 둘러본다
그러다 만나는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고 동네 강아지는 우릴 보며 새삼스럽게 짖어댄다
이젠 동네 어른들의 자녀들이 명절이며 주말에 놀러 와 잔디나 마당에 텐트를 치고 논다
그걸 보며 나의 추억, 그들의 추억을 함께 상상해 본다